부도로 쓰러진 회사를 근로자들이 사비를 털어 정상화시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 대덕구 신대동에서 연탄을 생산하고 있는 합동산업.

가동중단됐던 공장이 근로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석탄가루를 몸에
뒤짚어 써 가며 연탄생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장으로 탈바꿈됐다.

대전과 충남.북일부지역에 연탄을 공급해 온 지역유일의 연탄생산업체인
합동연탄산업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가 난 것은 지난 95년6월.

부도가 나자 근로자들은 "평생을 함께 해온 회사를 문닫게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면서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갹출해 운전자금을 마련하는 등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당시 공장장이던 전동규현사장(40)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마련한 7천만원
과 20여명의 근로자들이 갹출한 8천만원 등 총 1억5천만원이 재기를 위해
마련한 밑천자금.

근로자들은 적게는 2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형편이 되는대로 돈을
내놓았다.

우선 밀린 전기료와 철도사용료를 청산하고 원료공급업체인 한보에너지로
부터 무연탄을 구입했다.

원료만 확보하면 공장가동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근로자들
앞에 걸림돌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아무도 몰랐다.

그동안 거래해왔던 거래선들이 "주인없는 부도난 업체와는 거래할 수
없다"며 등을 돌린 것이다.

판로가 없어 생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근로자들이 거래선 유치를 위해 두달여동안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끈질긴 설득반 애원반으로 종전의 거래선을 다시 확보했다.

곧바로 가동중단으로 녹이 슨 기계에 기름칠을 하는 등 재가동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그해 9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9월말에는 전직원이 주주로 참여하는 우리사주회사인 "합동산업"이라는
새 회사를 정식으로 발족시켰다.

관리직들도 연탄을 싣고 무연탄을 내리는 상.하차작업과 함께 기계에
기름칠을 하고 청소를 하는 등 종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 95년9월 재가동이후 연말까지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20억원을 올리는 등 부도전보다 생산성이 무려 25%
이상 향상됐다.

회사측은 부도전에 밀린 임금까지 최근 전액지급했고 근로자들은 부도전
보다 월평균 8%정도 급여를 더 받아가고 있다.

전사장은 "근로자들의 노력으로 판로가 늘어나면서 회사가 안정화 궤도에
올라서게 됐다"며 "근로자들 스스로가 정상화시킨 회사인 만큼 평생직장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침체와 자금.판매난 등으로 하루에도 수십개의 기업이 무너지는
요즈음 합동산업의 재기는 종업원들이 뭉치는 회사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대전=이계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