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형난제"

"적이면서 동지"

수도권 무선호출(삐삐)사업자인 서울이동통신과 나래이동통신의 영원한
라이벌관계를 상징하는 말이다.

이 두회사는 설립때부터 현재까지 모든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수도권 무선호출(삐삐)서비스를 같은 시기에 시작했고 매출규모도 비슷하다.

또 오는 2월말부터는 발신전용휴대전화(CT-2)서비스도 동시에 시작한다
서울이통은 지난해말 현재 2백5만명(수도권시장의 29.7%), 나래이통은
1백9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매출은 1천8백여억원대로 별 차이가 없다.

올해는 서울이통이 나래이통보다 2백억원정도 많은 3천억원을 잡고 있다.

두 회사는 이같은 호각지세로 인해 서로 상대방에 대한 견제를 한시도
늦추지 않는다.

한 회사의 독주를 결코 허용치 않겠다는 전략이다.

상대의 가입자수가 허용치 이상 많아지면 곧바로 추격에 나선다.

서울이 무선호출기를 할인판매하면 나래도 즉각 쫓아간다.

또 상대가 새 부가서비스를 개발하면 곧바로 더 나은 서비스를 내놓는다.

이들은 그러나 전국사업자인 한국이통에는 항상 공동으로 맞선다.

혼자서는 도저히 따라잡을수 없는 "공동의 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서울과 나래가 지난 93년9월 서비스를 개시할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이통은
이미 수도권에서 1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공룡이었다.

이들은 사업개시와 함께 한국이통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 공동보조를 취해 왔다.

한국이통이 식별번호 "012"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제2사업자로 함께
"015"를 사용한다는 점이 두회사를 묶는 훌륭한 연결고리가 됐다.

두회사는 서비스초기에 인기보컬그룹이었던 "015B"를 내세워 식별번호
"015"를 젊은층에 어필시켰다.

이전략은 빠른 시간안에 효과를 나타냈다.

서울과 나래는 서비스개시 1년4개월만인 지난 95년1월 각각 91만5천여명과
88만5천여명의 가입자를 확보, 수도권의 015가입자를 총 1백80만여명으로
늘리며 시장의 50.2%를 차지했다.

이들은 그러나 CT-2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무선호출시장에서 펼쳐온 "2인3각"
전략의 수정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CT-2경쟁자인 한국통신이 있기는 하지만 한통이 이동통신 사업경험이 없는
점을 감안할때 서로 잘 아는 상대가 훨씬 까다로운 경쟁자라는 점 때문이다.

나래와 서울 두 회사의 분위기는 판이하다.

서울이통의 김영환사장(64)은 지난 58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군수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경력으로 인해 모든 면에서 저돌적이다.

"서비스의 단점이 있으면 이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말할
정도인 사장의 경영방식으로 인해 회사분위기도 공격적이다.

이와달리 나래이통의 김종길사장(56)은 고려대 상대를 졸업한 이후 금성사
를 거쳐 삼보컴퓨터의 사장을 지낸 정보통신업계의 베테랑이다.

통신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로 인해 회사분위기도
합리적이다.

서울이통이 올해 경영목표를 "공격경영 혁신주도"로, 나래이통이 "신규
사업정착 고객감동실천"으로 정한 것에서도 이같은 차이를 알 수 있다.

서울과 나래가 새 서비스인 CT-2시장과 기존 무선호출시장에서 올해에는
어떤 "협력과 견제" 패턴을 보일지 주목된다.

< 김도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