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설이 양사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정부도 이에 개입해 양사가 인수합병에 합의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산업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세제차원의 지원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따지고 보면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호사가들의
입을 거치면서 삼성-쌍용 인수설을 증폭시키는 "재료"가 되고 있다.

<>.소문대로 정부가 삼성-쌍용의 "네고"에 개입, 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일까.

나돌고 있는 루머를 종합해 보면 정부가 제시했다는 지원책은 세제차원의
지원과 공정거래법의 규제완화다.

기업 인수에 수반되는 취득세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쌍용자동차 인수후 계열기업이 출자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상 총액출자
한도를 풀어준다는 것이 지원의 골자인 세이다.

물론 이렇게 된다면 삼성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데 하나의
걸림돌은 제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지원이 가능한 것이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할 성질이
아니다.

관련법규나 형평성 문제 등에서 적지않은 무리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안광구 통상산업부 장관이 16일 기자들에게 "자동차산업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정부도 반기는 입장이지만 세제지원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 것도 결국 이런 무리가 뒤따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를 따져보자.삼성의 쌍용자동차 인수를 지원한
그 이후를 감당하기 어렵다.

다른 기업들이 같은 사안으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경우 "전례"를 무시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럴 경우 경제력 집중 완화와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막는다는
공정거래법의 취지가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와관련, 정부의 한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이 전부 망가져 산업합리화
업종으로 지정됐다면 산업합리화조치의 하나로 어느 정도의 지원이 가능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도 아니어서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지원책은
마땅찮다"고 언급했다.

이런 특혜성 지원은 OECD회원국으로서 자칫 외국으로부터의 시비에 휘말릴
소지도 있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가 정부의 특정기업.특정산업에 대한 지원을
엄격히 규제하려 한다는 점도 무시 못할 대목이다.

다만 흔히 거론되는 세제 지원의 경우 정부의 의지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껏해야 몇 백억원선인 세제 혜택이 삼성의 쌍용자동차 인수에
어느 정도의 메리트가 될 수 있느냐 하는데는 의문이 뒤따른다.

3조5천억원에 이르는 전체 부채에 비하면 이 정도의 혜택은 결코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

<>.한편 정부는 쌍용자동차가 정부에 요청한 자금 지원과 관련,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빌린 5백억원을 출자금으로 전환해주는 것이나 단자사로부터
빌린 단기부채를 장기저리융자금으로 바꿔주는 것 모두 특혜시비에 엮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인듯 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 시점에서는 정부차원의 삼성-쌍용자동차 인수 지원은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무성한 루머가 오히려 쌍용의 "피나는 자구노력"에 부담이 될지 우려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