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총파업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노동쟁의를
주도해왔던 자동차업계와 조선업계의 파업양상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무기한 휴업에 들어갈 정도로 자동차업종의 파업열기가 높은
반면 조선업계는 대부분 정상조업을 할 정도로 무풍지대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전면파업을 벌이다 지난 9일 부분조업을 재개했지만
회사측이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부분조업은 사실상 파업과 같다며 10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회사측은 노조의 파업돌입 이후 지금까지 4천6백95억1천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하고 있으나 아직 사태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기아자동차도 노조측의 파업으로 하루 3천2백대의 생산차질과 3백12억원의
매출손실을 입고 있다.

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가 지금까지 9백8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을 감안
하면 피해액은 더욱 커진다.

무쏘 코란도 등을 생산하는 쌍용자동차 역시 지금까지 3천2백대의 생산
차질과 4백80억원의 매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파업이 지속되면서 관련 부품업계 1천1백50여개사 역시
6천5백억원선의 납품차질을 빚으면서 자금난으로 인해 연쇄도산의 위기에
몰려있다.

반면 조선업계의 파업열기는 "이변"으로까지 비쳐질 정도로 냉랭한 편이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경우 2만1천여명의 노조원중 일부와 대의원 등
노조집행부만이 파업에 동참했을뿐 대부분 정상조업을 하고 있다.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는 파업찬반투표에서 90% 이상의 찬성률이 나왔으나
실제행동에서는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정상조업에 참여했다.

한때 파업열기가 확산될 기미를 보였던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도 최근
정상조업에 들어갔다.

이처럼 자동차와 조선의 분위기가 엇갈리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고 있으나 업계는 두업종의 작업형태와 노조원의 평균연령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형근로제가 실시될 경우 3교대 작업을 하는 자동차
근로자들은 야간작업수당을 받을 수 없어 약 30%의 월급손실을 입는 만면
조선쪽은 월급손실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동법 개정이 조선근로자에게는 현실감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평균나이도 파업양상을 좌우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 노조원의 평균연령은 33세로 현대중공업(42세) 한진중공업(")
대우중공업(36세) 등 조선업계 노조원들보다 많게는 9살가량이나 젊다.

혈기왕성한 때인데다 자녀부양 등에 대한 책임감도 상대적으로 덜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의 노조집행부가 높은 파업열기로
느긋한 입장이라면 조선노조집행부는 상대적으로 강경한 톤으로 파업을
호소하는 등 집행부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