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기인사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이제부터 시작되는
인사작업도 있다.

타기업에서 물러났거나 퇴직한 고급임원들을 "모셔오기"위한 중견그룹및
중소기업들의 스카웃작전이 그것.

제 2의 인사시즌이라고 불리워지는 "스토브리그"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경영진 모셔오기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역시 중견그룹들.

특히 무서운 기세로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는 신흥그룹들은 이같은 외부
수혈이 필수적이다.

자체 양성인력이 부족한 탓에 경영자원이 그만큼 부족한 만큼 아예
공개채용을 내걸고 인력 스카웃작업에 나선 그룹들도 있다.

신동방그룹은 14일 계열사인 건풍제약에서 일할 사장과 임원을
공개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채용대상은 기존 제약회사에서 조기퇴직한 40세 이상 임원.

나산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고급임원들을 겨냥한 "헤드헌터"작업에 나섰다.

나산측은 "유능한 임원진 10여명을 뽑을 계획"이라며 "현재까지 30여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거평 등 몇몇 신흥그룹들이 추가로 대기업출신 임원을
공개채용 또는 스카웃할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채는 아니더라도 물밑에서 스카웃 작업을 벌여 고급경영진을 모셔오는
기업들도 많다.

한솔그룹은 최근 남정우 전 삼성건설대표를 한솔건설사장으로 영입했다.

한솔그룹의 건설사업확대를 겨냥한 것.

청구그룹이 심현영 전 현대건설사장을 그룹부회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솔은 또 정의진 전 서울이동통신부회장을 한솔PCS사장에 임명했다.

나산그룹은 최근 정기인사에서 모영우 전 한국생명부사장을 나산산업
사장으로 모셨으며, 신호그룹은 서준길 전 패스코프페이퍼사장을 (주)신호의
해외사업담당사장으로 영입했다.

아남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분야의 전문가인 황희선 갑을전자사장을
신규사업담당사장으로, 한은출신으로 외환리스사장을 역임한 오세주씨를
기조실 재무담당고문으로 모셨다.

이밖에 진로그룹은 주상훈 전 고합물산사장을 진로인더스트리 사장으로
스카웃한데 이어 조기봉 석유개발공사 개발본부장도 해외담당사업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스카웃 대상이 되는 임원중 가장 인기있는 이들은 역시 현대나 삼성 등
대그룹 출신들과 은행출신인사들.

기업들이 원하는 분야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삼성출신 임원들은 특유의 관리능력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중견그룹들에 삼성출신 임원들이 1~2명씩 포진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역으로 중견그룹에서 대기업으로 스카웃되는 임원들도 있다.

박희준 모토롤라반도체 통신사장을 삼성전자가 정보통신본부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대표적이다.

임원 리스트럭처링으로 각 그룹에서 "방출되는" 경영진이 많았던 것도
스토브리그가 가열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