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0일 무기한 휴업을 결정한 것은 노동조합의 부분파업이
전면파업시보다 회사 경영에 더 큰 타격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흔히 부분파업(부분조업)은 전면파업에 비해 쟁의의 강도가 훨씬 낮은
것으로 비쳐진다.

따라서 민노총의 이번 부분조업 유도도 일반인에겐 비교적 온건한 투쟁
방식으로 인식돼 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기업 인장에서 보면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부분파업의 피해는 전면파업에 비해 훨씬 치명적이며 속으로 골병을 들게
하는 쟁의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분파업의 문제점은 크게 <>엄청난 생산성의 저하 <>품질은 균질화 불가능
<>막대한 비용부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생산성 저하라고 하지만 부분 파업이 발생할 경우 사실상 생산기능은 마비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루 8시간 근무시간중 4시간만 근무한다고해서 산술적인 계산처럼 50%의
생산이 가능한게 아니다.

20~30% 미만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산된 제품에도 문제가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생산된 제품의 품질은 믿을 수 없다.

자칫 시중에 팔려나가서 문제라도 일으키면 회사의 신용이나 이미지 실추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만큼 치명타를 입는다.

여기다 완전 파업 때와는 달리 생산차질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은
물론 복리후생비용도 지출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가 이날 휴업을 결정한 배경도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속골병"
을 더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 셈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틀간의 부분조업 기간중 생산성이 평소의
절반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품질에도 큰 타격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는 더욱이 노조측이 일방적으로 작업시간을 결정하면서 어떤 때는 낮
12시부터 2시간, 또 다른 날은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만 작업하는 등
파행조업을 유지해 왔다.

경영진들이 회사의 운영상태를 미리 내다볼 수 없는 것만으로도 부분파업이
회사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의 부분파업은 협력업체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쳐 왔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2천여 협력업체가 보름간의 납품차질로 3천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노조의 일방적인 작업시간 결정에 따른 부분조업으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모기업이 부품 재고를 전혀 두지 않고 협력업체가 생산
스케줄에 맞춰 때마다 납품하는 JIT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작업시간 변동에 대응하느라 부품업체들이 납품량도 많지 않은데
24시간 대기상태에 들어가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 왔다.

이같은 부분파업의 피해는 현대자동차만의 일은 아니다.

기아자동차도 근로자들이 부분조업을 한 지난 9일 하룻동안 겨우 35대의
자동차만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는 정상조업시 생산량인 3천1백대의 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쌍용자동차 역시 오전 오후 2시간씩 하루 4시간의 부분 조업을 하고 있으나
차량생산은 하루 50여대에 그치며 비용발생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곳곳에서 누수현상이 생기고 있는데다 협력업체의 타격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현대자동차의 휴업조치는 비슷한 사정을 안고 있는 기업들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동조합이 부분파업을 통한 사보타지를 계속한다면
조만간 기업들의 잇단 휴업사태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