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백45원 환율방어선이 결국 무너졌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왔던 당국으로서는 일단 8백50원선이상
에서 재차 방어선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외환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던 일선 외환딜러들도 한결같이 "이제
8백50원선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은 개장초부터 8백45원선이 무너지면서 단숨에 8백47원
을 돌파,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외환당국이 지난달부터 8백45원선을 지키려 안간힘을 써왔던 점을 감안
하면 너무도 "허망한" 양상이었다.

특히 외환당국의 개입물량을 제외하고는 달러 "팔자"가 완전히 종적을
감추는 등 시장도 "일방적인" 양상을 보여 환율상승추세가 당분간 불가항력
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딜러들은 8백40원~8백50원 선에서 당국의 확고한 "의지"를 감지한 달러
보유 기업들이 일부 매각물량을 내놓기로 했으나 이날을 그나마도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고 설명했다.

원화가치가 이처럼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새해들어서도 경제회생의
기미가 없고 노동조합들의 파업이 계속되는 등 불안이 가중된 것도 한 원인
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딜러들은 "8백45원선이 무너졌으니 8백55원까지는 일사천리로 오를 것"
이라며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침체요인이 개선되지않는 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도 외환당국은 3억달러의 달러를 시장에 방출, 환율을 8백47원선에
주저앉혔지만 개입의 "위력"은 이미 현저히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당국은 지난해 12월중순부터 거의 매일 적게는 1억달러, 많게는 4억달러
수준에서 8백45원선 지지를 위해 총력전을 폈으나 결국 새해들어 1주일만에
방어선이 붕괴된 것이다.

모시중은행의 딜러는 이에따라 "당초 올1.4분기 적정환율을 8백65원선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1.4분기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까지는 거침없이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무작정 환율급등을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해 이경식 한은총재가 적정환율을 8백45원선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고
정부측에서도 급격한 원화가치의 하락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급등으로 인한 경제전반에 대한 충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환율상승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시장의 외화수급현황을 점검한
뒤 이달중 대략 8백50원선에서 제2의 방어선을 칠 것으로 보인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