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의원(신한국당.55)은 누구보다도 바쁜 정치인이다.

얼마전 정무장관을 그만둔 후부터 개인사무실을 내랴,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랴, 지방에 가랴...

이처럼 눈코뜰새 없이 바쁜 그가 빈틈없이 빼곡한 일정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것은 "초특급" 비서를 늘 곁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초특급비서는 바로 노트북 컴퓨터.

각종 약속 메모 등 세세한 일정은 물론 아는 사람들의 연락처 신상내역
등 김의원이 필요로하는 모든 것이 그의 노트북 컴퓨터에 수록돼있다.

뿐만 아니다.

컴퓨터는 연말 연시에 연하장 보내는 일까지도 대신해줬다.

정치인은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도 많은 연하장을 보내야하는게 사실.

일일이 손으로 주소를 적고 우표를 붙이고 해야하는 작업을 올 연말에는
그의 노트북이 모두 알아서 처리했다.

PC통신을 통해 전자메일(E-mail)로 수백여명의 사람들에게 연하장을
보냈던 것.

그의 노트북은 답장까지도 친절하게 받아 그에게 전달해줬다.

이제 김의원은 컴퓨터 없이는 하루도 보낼 수 없을 만큼 컴퓨터와 친밀해
졌다.

물론 그가 하루아침에 컴퓨터를 유능한 비서로 거느리게 된 것은 아니다.

그 역시 한때는 "Enter"키가 어느 것인지 몰라 한참동안 멍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도 했다.

그러던 김의원이 컴퓨터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에 다니면서부터.

우선 PC통신부터 시작했고 국회의원으로서는 최초로 PC통신망에 "김덕룡
인터넷의회"방을 개설했다.

일취월장하는 실력으로 김의원은 최근 인터넷에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이달중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을 졸업하는 그는 이제 국내PC통신은 물론
인터넷을 마구 넘나드는 "네티즌"대열에 합류했다.

그의 노트북 컴퓨터는 의정활동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지난해 국정감사때는 감사장소마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필요한 자료를
수시로 입.출력했고 의정보고서를 CD롬 타이틀로 만들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김의원은 이같은 컴퓨터와의 인연으로 국회과학기술연구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 연구회에서는 지난해 PC통신요금체계의 문제점을 지적, 요금 인하를
위한 공청회도 열었고 부분적으로 요금체계를 개선하는 성과도 올렸다.

"21세기에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느냐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중
하나가 정보화라면 그런 정보화의 시작은 작은 컴퓨터 하나라도 제대로
다룰줄 아는데서 출발해야지요"

김의원은 "전자민주주의"시대를 맞아 "Cyber 정치인"으로 거듭 태어나
보겠다고 새해 작은 포부를 밝혔다.

< 글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