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제품은 해외에서 샌드위치신세에 놓여 있다.

품질에서는 선진국에 밀리고 가격에서는 후발개도국들에 치이고 있다.

고품질.고가시장은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고 중간품질.중저가시장은 후발
개도국이 휘어잡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인 해외시장 마케팅이 필요하다.

해외시장에서 국내상품이 고전하는 최대이유는 품질이 갑자기 나빠져서가
아니다.

효과적인 해외마케팅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을 통해 불황극복의 돌파구를 찾아야한다.

한국마케팅연구원이 개최한 "불황탈출을 위한 마케팅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해외마케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선진국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지역을 공략하는 것은 불황
탈출을 위한 해외마케팅전략중 하나다.

이철 홍익대 경영학 교수는 대우그룹을 예로 개도국시장을 선점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우그룹은 약 4년전부터 해외시장에서 다른 대기업들과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개도국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인도 수단 리비아 동유럽을 시장개척 타깃으로 삼고
있다.

정정이 불안하고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지역이라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그만큼 수익률도 높은 곳이다.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대다수 국내 대기업집단들의 경영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대우그룹은 달랐다.

매출과 이익 모두 크게 늘었다.

남다른 해외마케팅전략 덕택이었다.

대우처럼 개도국시장을 선점하는 마케팅전략에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개도국시장은 브랜드이미지가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기업들의 약점인 낮은 브랜드 인지도가 문제되지 않는다.

먼저 들어가는 기업은 그곳에서 좋은 브랜드이미지를 심을수 있다.

마케팅에서 흔히 말하는 "시장선점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 법칙은 어떤 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온 제품은 뒤이어 경쟁사들이 내놓는
품질이 더 나은 제품보다 시장장악력이 강함을 뜻한다.

해외마케팅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글로벌상표를 키우는 것이다.

상표는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장대련 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지적한다.

상표는 자산(equity)이다.

상표에는 가치가 있다.

코카콜라나 맥도널드의 상표가치는 수천억달러에 달한다.

상표가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느냐에 따라 마케팅의 승부는 결정난다.

대우전자가 프랑스의 톰슨전자를 애써 인수하려는 것이나 LG그룹이 막대한
돈을 들여 미국의 제니스사를 인수한 것도 이 외국기업들이 갖고 있는 유명한
상표를 사기 위한 것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소유하려는게 궁극적인
목적인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국기업에 비해 상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상표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다.

상표가 좋으면 사실 광고도 필요없다.

광고의 기반이 상표인 까닭이다.

상표에 투자하지 않으면 그만큼 마케팅이 어려워지고 광고도 힘들고 효과도
낮다.

글로벌상표에 대한 투자전략중 하나는 자체 상표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
하는 것이다.

과거의 관행이었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지양하고 자체상표
수출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자도 많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상표를 만들어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순조롭다.

수출이 늘고 해외시장진출이 훨씬 쉬워진다.

유명브랜드를 가진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중요한 상표전략이다.

한번에 큰 돈이 들어가는 단점은 있으나 단기간에 세계적인 유명상표를
소유할수 있는 장점이 단점을 보충하고도 남는다.

최근 우리기업들이 인수한 외국기업들의 경영부진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인수한 외국업체들의 경영성과가 단기간에 좋아질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성급한 바람이다.

외국투자는 그 성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5~10년은 걸린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외마케팅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케팅은 단판승부가 아닌 장기적인 소모전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