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에서 PB(Private Brand.자체상표)상품 개발을 맡고 있는
홍충섭이사는 지난해 가을부터 표정이 아주 밝아졌다.

이 회사가 재고부담을 감수하고 직접 기획 생산한 PB상품판매가 호조를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신세대캐주얼 PB "샤데이"가 지난해 10월 한달동안 영등포점 남녀의류
브랜드 가운데 매출액 1위에 올랐다.

여성토털PB "트리니티"도 본점에서 매출 2위를 차지했다.

뉴코아백화점도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에 회원제할인점인 킴스클럽전용
PB상품을 수출했다.

PB상품 해외수출의 새 장을 연 것이다.

백화점 할인점 슈퍼체인점 등 유통업체들이 상품차별화를 위한 PB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PB상품시대가 바야흐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PB상품이란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기획 개발 판매하거나 외국으로부터
독점 수입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다.

따라서 다른 업체의 매장에선 찾을 수 없다.

경쟁업체에서 흉내내기도 힘들다.

오로지 자기 실력으로 만들어 팔아야 한다.

남는 것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그런데도 유통업체들이 PB상품개발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자기만의 개성을 갖기 위해서다.

상품을 파는 점포도 개성이 없으면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

어느곳을 가나 마찬가지라면 구태여 특정점포를 찾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점포만이 가진 독특한 상품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좋은 PB상품은 손님을 끌어모으는데 "즉효약"이다.

경쟁업체가 모방할 수도 없다.

"매출도 올리고 시장도 선점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11월까지 브랜드별 매출실적을 보면 18개 PB상품이
5백50억원(완제품 및 상표도입상품제외)에 이르렀다.

백화점 전체매출액 1조1천5백70억원의 4.8%이다.

이중 인기 1위인 "샤데이"는 55억원으로 에스콰이아의 "비아트",
(주)데코의 "데코" 등 내로라하는 내셔널브랜드까지 따돌렸다.

이들 브랜드는 40억원안팎에 머물렀다.

뉴코아백화점은 할인점용 PB상품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회원제할인점인 "킴스클럽"판매용인 관계로 가격이 특히 싸다.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 베트남 등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

뉴코아의 할인판매행사때 가끔 "1만원짜리 양복"이 등장, 소비자들을
놀라게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신사의류 PB인 "파이볼드"가 "깜짝쇼"의 주인공이다.

재고떨이행사때면 으레 "단돈 1만원"이라는 팻말이 걸린다.

한화유통의 "굿앤칩"은 슈퍼마켓용 PB상품의 터줏대감격이다.

글자그대로 "품질좋고 싼 상품"이다.

슈퍼매장을 찾은 주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회사가 자랑하는 "굿앤칩" 유아기저귀(32장)는 6천8백원.

경쟁상품보다 2천원이상 싸다.

기저귀 전체매출의 30%, 이익의 42%를 차지하는 빅히트상품으로 자리잡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상품3팀 8명의 인력이 상품기획과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그 정도로 굿앤칩상품에 비중을 두고 있다.

굿앤칩은 현재 잡화 2백50개, 식품 1백여개, 의류 20여개 품목에 부착돼
있다.

굿앤칩은 곧 해외에서도 선보일 전망이다.

아시아소매업체연합(ARAN) 회원사들이 굿앤칩상품을 사가기로 했기 때문
이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PB상품은 국내외에서 그 인기를 더해갈 것 같다.

< 강창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