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술을 활용하자''

소련 붕괴이후 러시아의 선진기술을 쉽게 얻을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러시아가 국내 기업들에 애로기술을 해결할수 있는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구소련이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우주항공 군사 등의 과학기술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를 자랑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소련의 첨단 기술들도 소련이 붕괴된이후 관련 연구소나 고급연구인력들이
외국기업들에 대한 기술매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문호가 개방되고 있다.

이에따라 의료기사업에 뛰어든 서통이나 초음파 측정기술을 러시아에서
들여온 임마누엘전자등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손쉽게 첨단기술을
취득해 상품 개발에 성공하고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에는 현재 첨단기술에 대한 특허나 라이선스체제가
잘 정립되어있지 않고 관련기술을 알수있는 박사급 연구원들의 보수도
높지않아 미국이나 일본보다 기술 수입이 쉽다.

때문에 러시아가 국내 기업들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쉽고 저렴하게
첨단기술을 습득할수있는 지름길이 되고있다.

러시아 의료공학박사들을 통해 눈의 홍채 검사로 질병을 알수있는
홍채진단기를 개발한 서통(대표 최좌진)은 대표적사례로 꼽힌다.

전지 필름제조업체인 이회사는 지난해 의료기사업에 참여하면서
홍채진단학이 발달한 러시아의 관련 의공학박사 8명을 영입해 지난해
6월 러시아 현지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반년만에 홍채진단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의료기사업본부의 김대훈 이사는 KIST출신의 공학박사로 한러과학기술협의
회에서 러시아 파견을 나가면서 현지에서 홍채진단학을 접하게됐다.

이기술을 활용한 의료기의 가능성을 발견한 김이사는 귀국후 서통의료사업
부에 참여하면서 관련 박사들을 모아 홍채의료기를 개발했다.

김이사는 홍채관련 의공학기술을 우리가 처음부터 만들면 10년이 걸려야
했지만 러시아에서 기존 기술들을 쉽게 취합해 개발할수있었다고 밝히고
국내 중소기업들이 러시아 기술을 찾아보면 예상외의 수확을 거둘수있다고
귀띔한다.

초음파로 몇초만에 신장과 몸무게를 측정하는 신체측정기를 개발한
임마누엘전자(대표 최병규)도 러시아에서 애로기술을 해결했다.

최병규 사장은 초음파로 두피표면까지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을
얻기위해 일본과 미국등을 2년이상 샅샅이 뒤졌지만 일본에서 간신히 얻은
측정기술은 머리카락을 초음파가 제대로 통과하지못해 머리 모양에 따라
신장측정에 오차가 발생했다.

이문제 해결에 번번이 실패하다가 우연히 러시아의 초음파 기술이
일본보다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 거의 무료로 두피까지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을 얻을수있었다.

암반등을 뚫는데 사용하는 무진동 파쇄기를 개발한 호상테크노베이션(대표
권현남)도 핵심기술을 러시아에서 저렴한 기술료를 주고 도입해 국내에서
기존방식과 다른 신기술로 성공할수있었다.

창민테크노로지는 북한에서 망명한 소련국적의 한인교포 장학수 박사를
영입해 각종 유량계와 레벨미터를 개발, 상용화했다.

이밖에 메디슨도 러시아연구소를 통해 첨단의료기기 기술개발에 도움을
얻고있다.

최근 러시아 중소기업위원회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한국기업의
자본을 원하는 러시아의 기술을 내놓고 우리기업들의 투자및 합작을
유치하는데 나서고있다.

투자희망 기술 30여건중에는 첨단 항공 건축 기계기술에서 제빵기술까지
다양하다.

업계에서는 우리기업이 활용할수있는 첨단기술분야로 인공위성이나 이를
활용한 GPS(인공위성추적시스템)등 우주항공 부문과 군수관련 기계기술,
의료공학 분야를 꼽고있다.

러시아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은 그러나 이지역이 치안과 경제불안등으로
마피아등 위험요소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인맥을 통해 신중하게
기술을 찾는게 효과적이라고 밝힌다.

< 고지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