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위원회 설치소식이 알려지자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

"올 것이 오는구나"며 금융부문에서 한국판 빅뱅이 탄생할 것을 기대하는
심리도 많은 편이었지만 일부 은행원들은 불안해하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좋지만 왜 금융이 우선적인 초점이 돼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들.

더구나 증시침체로 지난해 결산결과 적자를 냈거나 간신히 적자를 벗어난
은행들은 금융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오후들어 금융개혁위원회의 단기과제가 규제완화, 중장기과제는 금융기관
대형화 등으로 전해진 것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탐탁치 않다는 반응들.

규제완화를 검토하다 보면 당연히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을 터주는 문제가
대두될텐데 이를 이분법적으로 갈라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들.

일부 관계자들은 또 금융연구원 등 정부산하단체를 주축으로 금융산업 개편
을 위한 작업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위원회가 설치되는
것에 대해 "이해할수 없다"며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


<>.금융계에서는 금융개혁위원회가 재정경제원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

관계자들은 금융개혁의 본질은 금융규제완화라며 그러기 위해선 재경원의
과도한 권한이 한국은행및 개별감독기관으로 이양돼야 한다고 주장.

아울러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 등의 위상과 권한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재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금융개혁위원회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분석.

결국 금융계 일각에서는 한은 독립, 감독기구 일원화, 재경원 축소 등의
조치가 있은 후에야 금융개혁이 가능할 것이라며 개혁의 수순을 강도있게
지적.

<>.보험업계는 금융개혁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보험사들은 "금융개혁위원회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간의 업무영역
문제를 다루면서 무엇보다 형평성에 무게를 둬야할 것"이라며 벌써 이해득실
을 따지는 모습.

특히 보험업계는 금융.보험의 겸업화인 소위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보험
회사들의 입지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미리부터 우려하기도.

보험업계는 그러나 일본의 경우 생.손보사간에 자회사를 통한 상호진출이
허용되고 생보사들이 신탁상품을 취급하도록 금융개혁이 이뤄진 것을 참고할
것으로 본다며 은근히 보험사 업무 영역확대를 바라는 눈치.

현대 LG 대우그룹은 생보업 진출 허용 등 해묵은 현안이 이번에 속시원히
해결되기를 학수고대.

반면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보험사들은 "보험사
의 종합금융그룹 육성책은 환영하겠지만 보험사 숫자를 늘리는 공급과잉정책
은 곤란하다"며 대기업의 추가 보험진출을 반대.

지방 생보사의 경우 그동안 물밑접촉에 그쳤던 보험사 M&A(기업매수합병)가
수면위로 부상, 본격화될 것으로 점치기도.

한편 생명보험협회는 작년말 한국개발원에 용역의뢰한 "21세기 생명보험
산업발전방안" 연구를 조기종결토록 요구키로 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 증권업계는 금융개혁위원회 설치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

대형화 추세에 맞춰 금융기관간 M&A(기업인수합병)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경우 은행 증권 종금 등 금융주들이 크게 상승, 침체에 빠진 증시에 활력소가
될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어서다.

또 그동안 말로만 진행됐던 금융개혁이 명실상부하게 이루어져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이 크게 허물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희망적이다.

위탁수수료 위주경영이 한계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금융업무에
진출함으로써 수익원다원화를 꾀할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삼성 대우그룹 등이 한국투신 대한투신 등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등
증권.투신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증권계는 치근 정부가 국민투신 주식을 매각키로 하는 등 이미 투신과
증권계 전반에 지각변동이 개시돼 있는 만큼 금융개혁위의 활동여하에 따라
현재의 "미진"이 "격진"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2금융권은 금융개혁위원회가 민간중심으로 금융빅뱅을 추진하는 기구가
되면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합병바람이 일고 업무영역이 무너져 걷잡을수 없는
회오리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행계열사가 많은 종금 리스 할부금융 카드사 등은 은행합병논의가 구체화
되거나 강제합병이 이루어지면 자회사도 자동적으로 합병에 휩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이미 계획중인 여신전문 금융기관법이 발표되고 올 3월에
국투의 증권사 전환으로 투자은행 육성방안까지 나오면 변화의 방향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계열 2금융권은 최근 증권과 종금사간의 업무영역 허물기와 여신전문
금융기관법에만 신경을 썼으나 모회사인 은행의 합병이 이제 가시권내에
들어옴에 따라 은행합병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대기업계열 종금 할부금융 카드사 등은 은행계열사들이 합쳐지면 대형화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