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말 외환보유액을 무리하게 늘리기 위해 국책은행과 시중
은행에 예탁해놓은 외화예탁금을 갑자기 회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연말 외화콜시장을 통해 상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단기차입금리가 11%까지 폭등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달 하순께 국책및 시중은행들에게
"12월30일까지 외화수탁금의 일부를 상환하라"고 요구했다는 것.

상환규모는 시중은행은 행당 5천만달러, 국책은행은 수억달러 수준으로
전체적으로 2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한은의 이같은 방침은 지난해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환율 급등에
따른 잦은 외환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줄어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3백22억달러로 발표한 지난 12월말 외환보유고는 이같은
"억지"를 통해 조성된 셈이다.

한편 당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치솟고있던 상황에서 은행들은
국제단기콜시장에서 엄청나게 비싼 이자를 물고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모시중은행의 경우 전례가 없이 높은 연11%수준의 금리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관계자는 "한은측이 외환보유액에 포함시키지않는 예탁금을 조기회수,
외환보유고액을 인위적으로 늘리려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연말에 가뜩이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자기 단기자금을 조달하느라 큰 곤욕을
치렀다"고 토로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