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에 연초부터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보해양조가 법정관리중인 보배를 전격 인수키로 했다.

이에앞서 두산그룹이 대전의 선양주조를 전격인수했다.

조선맥주도 지방소주회사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진로는 당초 올해말로 잡은 마산 소주공장의 완공시점을 앞당길 방침이다.

소주시장을 둘러싼 한판승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맥주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조선맥주와 OB맥주는 매출목표를 대폭 늘려잡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취약부문을 확대 강화, 상대회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상대에게 빼앗긴 것 이상을 되찾아 오겠다"는 무한경쟁의 회오리에 빠져
들고 있는 것이다.

보해양조는 올해를 "지방업체라는 이미지 탈피의 원년"으로 설정, 보배
인수에 성공했다.

보배의 전북시장까지 확보, 호남권을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김삿갓"으로 고급소주붐을 일으키면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여세를 몰아 또다시 소주시장판도에 회오리를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두산그룹이 충남권 소주업체인 선양주조를 전격 인수했다.

이는 "소주"보다는 "OB맥주 살리기"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선양주조는 지난해 3백20만상자 (3백60m리터 30병기준)의 소주를 판매해
전국시장점유율 4.3%를 차지한 중소업체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중심부에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으로 인해 주목을 받아
왔다.

주류영업은 한가지 술만으로는 안된다.

맥주 소주 양주 등 3대 주종을 함께 공급해야 한다.

소주를 공급하는 업체가 맥주시장의 주도권까지 갖게된다는 뜻이다.

OB맥주는 선양주조 인수로 일단 대전.충남권 시장을 확보하게 됐다.

충남권은 특히 OB맥주가 중부시장공략을 위해 연산 20만평방m의 대전
공장을 짓다 공사를 중단한 곳이어서 이번 인수의 상징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함께 주세법상의 "자도주 50%이상 판매" 규정이 위헌판정을 받음에
따라 소주업계가 무한경쟁에 들어선 지금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지방사 인수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해와 두산의 지방소주사 인수는 대형 맥주사들이 경쟁적으로 지방소주
사의 인수합병에 나서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1순위로 조선맥주를 꼽고 있다.

두산의 영업망 확대에 위협을 느낀 조선맥주가 금복주(경북) 대선(부산)
무학(경남) 등 지방사 인수를 통해 방어전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선맥주는 이미 대선을 인수하려다 막판에 철회한 경험도 있다.

진로그룹 역시 "두꺼비소주"의 지방판매와 진로쿠어스맥주의 안정적인
판매망 확보를 위해선 지방소주사의 인수를 고려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런 점에서 보해와 두산의 지방소주회사인수는 소주는 물론 맥주 양주 등
주류시장의 경쟁양상을 변화시킬 일대 사건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 불똥은 이미 맥주쪽으로 번지고 있다.

맥주회사들은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대폭 늘려잡고 고급신제품 시판을
서두르고 있다.

< 서명림.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