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의 신년사는 하나같이 위기의식에 꽉 차있다.

"정글의 법칙만이 통용되는 무한경쟁의 금융시대"(정지태 상업은행장),
"경쟁력없는 금융기관은 생존이 어렵다"(이규징 국민은행장), "금융기관의
합병 퇴출이 구체화될 것"(신광식 제일은행장)

은행장들은 또 금리 환율 주가 등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커진데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96년 한햇동안 증시침체로 인해 은행업무로 벌어들인 이익을 평가손
쌓는데 날려버린 처지인지라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고취시킨다.

그래서 은행장들은 "수익성"과 "생산성"을 올해 은행경영의 최대 화두로
삼고 있다.

부실채권을 축소하겠다는 등의 단골메뉴도 있지만 "전담계약직제도 도입
등을 통해 인력운용의 효율화를 기하겠다"(홍세표 한미은행장)는 등 경비
절감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이를테면 금융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각론 분야에서는 은행간에 크게 차이가 난다.

"목표시장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 자원을 집중 투하
하겠다"(나응찬 신한은행장), "스피드경영에 입각해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환경변화에 대응하겠다"(우찬목 조흥은행장) 등이 대표적.

또 윤병철 하나은행장은 자기자본 확대를 주요한 과제로 들었다.

은행장들은 이같이 내실을 다지기 위해 "인력양성"및 "금융인프라구축"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이관우 한일은행장은 딜러 등 전문인력에 강조점을 찍었고 허홍 대동은행장
은 전산정보력 구축에 무게를 실었다.

"전산투자 낙후, 곧 탈락"이라는 금융업의 등식이 전면에 내걸린 형국이다.

물론 이외에 <>종합적인 리스크관리체계 구축 <>심사기법의 고도화 <>부실
예방시스템 개발 등은 올해도 은행원들의 귓전을 울리는 해묵은 과제들이
되어 있다.

일부 은행장들은 유난히 올해를 "은행간의 우열이 가려지는 해"라고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어쨌든 금융대변혁이 예고되는 97년은 은행장들의 긴장에 찬 신년사에서부터
막이 올랐다.

금융계에서는 올 한해가 낙후된 금융산업이 대폭발(빅뱅)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성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