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기는 어디쯤 와 있을까.

바닥권에 바짝 다가서 있다는데는 정부와 민간이 의견을 같이 한다.

다만 저점이 언제가 될 것인가하는 데에는 서로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은 저점을 2.4분기말로 보는 반면 민간연구소들은
이보다 1~2분기 가량 늦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는 지난 72년이후 다섯번의 순환기를 거쳐 93년 1월을
저점으로 한 여섯번째 순환기에 와 있다.

아직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이번 순환기의 정점은 대략 95년 4.4분기
전후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저점을 올해 중반쯤으로 보는 것은 그동안 경기순환과정에서 확장기는
평균 31개월, 수축기는 19개월 가량이었던 경험에 근거한다.

게다가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해 10월부터 반등조짐을 보여
경기저점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선행지수는 동행지수보다 보통 7개월 가량 선행하므로 올 상반기에는
경기가 저점에 이를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민간연구소들은 정부와 국책연구기관과는 달리 하강국면이 상당기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간연구소들은 당초 기업의 재고조정이 지난해 3.4분기와 4.4분기에
걸쳐 진행돼 저점이 올 2.4분기중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들어서도 재고증가율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등
재고조정이 늦어지고 있어 그만큼 하강국면이 길어질 것이라고 수정했다.

경기순환상 수축기에는 기업의 생산감축으로 재고증가율이 떨어지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 등 정치적 변수도 올해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경기부양책을 펼 경우 그 시기는 3.4분기쯤이
될것이고 자연스럽게 하강국면은 길어지게 된다.

여기에다 기업들도 대선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가능성이
커 경기회복이 지연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해외경기도 지난해보다 뚜렷이 나아지지 않는데다 지난해 폭락했던
수출단가도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수출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하강국면이 길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정부는 단기간에 재고조정이 어려운 대규모 장치산업인 철강
반도체를 제외한 재고율은 지난해 6월부터 한자릿수로 떨어져 재고조정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설사 높은 수준의 재고율이 유지되더라도 그상태에서 경기가 바닥을
지나 확장기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있다.

85년 9월부터 89년 7월까지의 제4순환기때엔 재고율이 10%대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제5순환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판단대로라면 올 2.4분기중엔 저점이 나타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올해의 경기양상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시각이 이처럼 다르기
때문에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어 현재 상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