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대한 금융채 발행 허용조치는 은행 자금구조의 일대 변혁이라는
측면과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에 주는 충격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일본 정부가 금융 빅뱅의 하나로 금융채 발행을
전격 허용하는등 세계적인 추세에 자극받은 것으로도 보인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 지원용 자금조달을 위해 금융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증권시장과 금융산업 전반에 주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은행의 업무 영역이 증권분야로 확대되는 질적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금융산업은 전통적으로 조달 자금의 기간과 위험의 크기에 따라 은행업과
증권업으로 대별되어 왔으나 은행이 금융채를 통해 장기자금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종래의 구분법도 무의미해지게 된다.

기간이 장기화되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더많은 위험을 안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장기적인 부채 관리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말도 된다.

채권시장 특히 회사채 시장에 심각한 핍박이 올것이라는 점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은 금리의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이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회사채 시장은 상대적
으로 소화 부진등 위축이 불가피하다.

물론 금융채 발행물량과 조건등은 금통위의 조정을 받도록 했지만 어차피
강제소화가 아닌 바에는 협소한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산금채(산업은행 채권)
장신채(장기신용은행 채권)등과 금리를 다툴 것은 예상키 어렵지 않다.

발행금액과 매출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금융채 발행이 시장 실세
금리를 상당폭 끌어올릴 것은 분명한 일이다.

증시 침체로 주식연동채 발행이 어려워 진 것이 금융채 발행 허용의 또다른
배경이라면 주가 하락을 채권시장이 그대로 부담하는 꼴이 됐다.

또하나 우려할 점은 금융채가 꺾기의 유력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다.

금융채의 만기구조가 3년 이상으로 장기화되면 소화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대출에 연동해 매출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채권 유통시장의 정비등 금융채 소화를 위한 후속 조치가 긴요한
시점이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