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의 세대교체 발표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룹 운영에 대한
정인영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과 "소그룹장
임명을 통한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의 두가지다.

이는 정몽원 신임회장체제아래서도 그룹경영의 구도는 크게 변하지 않고
그동안의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휠체어의 불도옹" 정인영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일단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룹의 신규 프로젝트등
중요한 사업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신임회장에게 전권을 맡기지만 그룹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중요한
정책은 챙기겠다고 밝힌 것.

한마디로 여러가지 공식일정을 챙겨야 하는 "회장"이란 공식직함은
아들(정몽원 신임회장)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막후에서 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가 고령(76세)에 몸이 불편한데다 이제는 41세의 신임회장을 그룹경영
전면에 내세워도 무리가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라그룹의 향후 경영구도는 정 신임회장이 전반적인 경영을
책임지지만 해외사업과 중요사업의 경우 명예회장이 뒤에서 받쳐주는
과도기적인 형태가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날 함께 단행된 소그룹체제로의 조직개편은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각 사업군을 전문화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소그룹장으로 임명된 부회장및 중요 사장단 역시 명예회장 세대이지만
신임회장이 경영수업을 받으며 함께 동고동락한 사이라서 일사불란한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5개 소그룹군중 중화학공업군에는 중공업과 펄프제지, 시멘트군에는
시멘트와 콘크리트, 건설및 엔지니어링군에는 건설과 시멘트건설
산업기술, 자동차부품군에는 만도기계와 공조 마이스터 캄코 일렉트로닉스,
유통및 서비스군에는 해운 자원 창업투자 마르코폴로호텔 등이 소속된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권기태건설고문 박성석그룹기획실장 이종용해운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들이 그대로 관장업무를 유지한채 부회장으로 직급만
승격돼 "세대교체"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와함께 한라정보시스템은 5개 소그룹군에 끼지 않고 회장 직속회사로
편제돼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신임회장의 의욕을 내비쳤다.

<>.한라그룹은 지난 62년 설립된 현대양행(현 한국중공업의 전신)을
모태로 설립돼 지난해말 현재 매출기준 재계 13위(4조5천억원) 자산기준
16위(4조7천7백99억원)를 차지한 중견그룹이다.

올해 추정매출액은 5조4천억원이며 내년엔 7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라는 현재 한라중공업 만도기계 한라건설 등을 비롯 1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총 임직원은 2만1천5백25명이다.

이중 연간매출액이 1천억원을 넘는 계열사는 만도기계(95년기준
1조1천5백억원) 한라중공업(6천5백75억원) 한라건설(4천9백57억원)
한라해운(4천5백14억원) 한라공조(4천1백26억원) 한라자원(3천7백85억원)
한라시멘트(3천3백92억원) 캄코(1천58억원)등 8개사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