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드라스.콸라룸푸르=김정호기자 ]

마드라스를 향한 비행기에서 우연히 집어든 인도신문은 한국 자동차업체
기사를 2건이나 다루고 있었다.

다소 의외다.

"현대 모터스 인디아, 인도업체에 공작기계 300대 발주" "DCM대우,
유상증자 실시키로" 언론이 단일업종의 기사를 한꺼번에 여러건 다룬다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무엇보다 다양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인도신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단일업종, 그것도 한국업체의 기사를 2건씩이나 대문짝만큼
싣고 있다는 건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움직임이 현지의 중요한 뉴스가
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인도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신문은 기아자동차의 국민차사업을 단골메뉴로 올려놓은지
오래이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신문도 한국 자동차 소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업체들만이 이들의 사냥감은 아니다.

이 지역 터줏대감이랄 수 있는 일본업체들을 비롯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벤츠 BMW 등 유럽업체들 모두 하루가 멀다하게 신문에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그만큼 아시아는 지금 치열한 자동차전쟁에 휘말려 있다.

전쟁이란 용어가 결코 어색하지 않다.

이들이 각 신문 기업소식란의 절반을 채울 정도다.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아시아로 몰려 들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아시아시장을 도외시한다는 것은 자동차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라는 것.

아시아의 지난해 자동차시장 규모는 1,500만대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해도 450만대에 이른다.

이게 10년내 2배 이상규모로 커져 2005년이면 아시아시장(일본 한국
포함)의 수요가 미국 유럽을 앞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금시장에 남보다 빨리 뛰어들어 기회를 잡기 위한 열기가 높을수
밖에 없다.

이른바 "모터 러시"다.

이들의 아시아 공략 방법은 대체로 두가지.

직접 공략법과 우회 공략법이 그것이다.

물론 두가지 모두 과거와 같은 단순 현지조립(KD) 방식이 아닌 현지공장
건설을 통한 현지생산 방식이다.

직접 공략법은 일본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각 시장에 직접 진출해 현지 부품조달 <>현지 생산 <>현지 판매의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관세장벽을 완전히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업체 가운데는 기아가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국민차사업을 따내 현지에 초기 생산규모가 12만대나 되는
대규모 공장을 짓게 된다.

이와는 달리 미국의 GM이나 크라이슬러, 우리나라의 대우는 우회 전략을
쓰고 있다.

우선 중국이나 인도처럼 내수시장 규모가 큰 시장에 대규모공장을
짓는다.

여기에는 엔진 트랜스미션 등 핵심부품공장도 함께 들어선다.

이들 업체는 이 부품공장에서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값싼 부품을
동남아 각국에 있는 KD공장에 보내 완성차 조립에 사용하게 된다.

대량생산의 장점을 활용해 부품값을 가능한한 내린다는 것이 목표다.

동남아시장에 부품을 공급해 관세를 물어도 현지에서 생산되는 부품값과
같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대규모 시장은 완성차로, 소규모 시장은 부품으로 승부하겠다는 계산이다.

인도에 완성차공장을 확보한 대우가 중국과 인도에 대규모 부품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현대는 이 두가지 방법을 혼합해 쓰고 있다.

"인도 중국과 같은 대형시장에서 대규모공장을 짓기도 하지만 동남아
주요시장에도 공장을 건설하는 방식"(백효휘 현대자동차 해외영업본부장)
이다.

그물망 같은 생산망을 구축하고 각 공장마다 특화된 부품을 대량생산해서
서로 돌려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수출실적만큼 수입에 혜택이 주어지는 현지의 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가며 생산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인도에 서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짓는외에 인도네시아에 연산
10만대의 공장을, 말레이시아에 대규모 상용차공장을 짓는 배경이다.

남은 문제는 현지화다.

현지 실정에 맞는 "아시아카"를 만들겠다는 것은 현지화의 한 방법이다.

국산화율 제고도 필요하다.

여기에 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현지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기술이전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자 선정에서 밀려난 일본업체들의 사례가
타산지석이다.

"현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이유는 초기국산화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현대의 약속에 대한 보답이다" 10일 현대 인도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마란 인도 상공부장관의 이야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