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기전연구부 이윤표박사(39)는 축구를 좋아한다.

과기연 축구동호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경기에 임해서는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연구활동을 축구에 빗대 얘기하길 즐긴다.

그에 의하면 축구선수는 골을 넣는게 지상과제다.

골을 넣을수 있게끔 어시스트해주는 것도 선수개개인의 임무이다.

공을 좇아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상대편보다 적게 골을 넣으며 그 경기는 그만이다.

연구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원은 축구선수이며 당장에 문제를 해결할수 있도록 연구결과를 내놓는
것이 바로 골이란 얘기다.

그는 최근 멋진 골을 넣었다.

쓰레기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를 처리하는 설비의 한부분인 열교환기
배관내의 파울링(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쓰레기를 소각하기 위해 모아놓으면 침출수가 발생해 환경을 오염시킨다.

우리나라의 쓰레기성상은 외국과 달라 침출수가 특히 많이 생긴다.

소각장 한곳에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3만ppm에 달하는 오수가
하루 20~30t정도 배어나온다는 것이다.

하수처리장의 방류기준은 보통 50ppm 정도이다.

따라서 이를 처리하는 기술이 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것만큼 중요하다.

쓰레기소각장에서는 침출수를 1차 처리한뒤 방류하고 농축된 것만 소각로
내에 분무해 증발시킨다.

그런데 소각로에 농축된 침출수를 공급하는 배관은 때가 많이 끼여 막히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쓰레기의 열량이 1kg당 1,000Kcal 정도로 외국의 절반수준이어서
침출수 분무 자체가 어렵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배관내의 때를 제거하기 위해 대개는 산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또다른 폐수발생및 배관부식을 유발해 적절치 못하다.

그는 지난 92년부터 이 문제와 씨름, 최근 직경 3mm 정도의 유리구슬이
열교환기내에서만 순환하며 때를 깎아내는 방식을 찾아냈다.

이 방식을 접목한 설비는 경기도의 한 쓰레기소각장에 설치중이다.

이 설비는 화학공장 식품공장 양식장등 액체순환 열교환기가 쓰이는 모든
곳에 적용할수 있는등 쓰임새 역시 광범위하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환경공정에 들어가는 기계류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찾아 해결하는데 힘을 모을 계획이다.

열유체분야는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돼 혁신적인 연구결과를 기대
하기 힘들지만 환경분야와 결부시킴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