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가 불황 타개의 돌파구로 "장기공급계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장기공급계약이란 통상 1년 이상의 공급계약을 말한다.

기간이 장기적이다보니 물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

제조업체로선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장기공급계약의 이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더 매력적인 점은 수익성 면에서도 크게 유리해진다는 것.

대량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생산계획을 세울 수 있어 재고관리나 생산관리가 쉬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대상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도체 가전제품 통신기기는 물론 모니터 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대해서 해외 유명 거래선들과 장기공급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11일 발표된 LG전자-컴팩사간의 노트북PC용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장기공급계약 건 외에도 전자업계내에서만 올들어 벌써 10여건의 장기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주요 장기공급계약건을 보면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IBM사와 PC용 모니터를
3년간 총 5백만대 납품키로 하는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 LG전자
는 자회사인 미국 제니스를 통해 미국 아메리캐스트사에 디지털셋톱박스를
3년 6개월간 10억달러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의 모니터 수출건은 매년 1백60만대 규모로 금액기준 20억달러
(1조7천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그룹 연간 매출을 한건의 계약으로 올리게 된 것.

이외에도 <>삼성-스프린트사간의 휴대통신단말기 공급계약(3년간 6억달러)
<>LG-리비아간의 에어컨 독점 공급계약(3년간 4천만달러) <>삼성-중국간의
DVD수출계약(3년간 1억5천만달러) 등을 들 수 있다.

또 전자회사는 아니지만 삼성종합화학이 미국 터보오일사와 스티렌모노머
18만톤(1억달러)을 3년간 장기수출키로 계약한 사례도 있다.

대우전자는 주로 가전제품을 유럽 일본 중남미 등 해외 유통업체들에게
장기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품목은 특정업체와 최장 10년간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알제리와도 컬러TV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장기공급계약은 수요처에서 요구하는 품질 조건과 물량
조건이 맞아 떨어질때 이루어진다"며 "물량 확보를 위한 목적외에 거래선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대외적인 인지도 향상을 위해서도 장기공급계약은
유리한 면이 많다"고 밝혔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