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국내 철강생산은 지난해 3천6백77만t으로 세계 6위, 수출은 8백68만t으로
세계 8위를 기록하였다.

특히 범용강재의 가격경쟁력에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설비확장과 기술도입에 의한 양적인 성장에
의존하여 향후 국내외 여건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는 선진국의 경쟁력회복과 후발개도국의 설비확장이 이어지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수요둔화와 아울러 원료.인건비.물류비용 등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철강산업을 비교.분석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이 비록 과잉설비로 인해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나 여전히
생산과 수출에서 세계 1위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격경쟁력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냉연강판 생산원가가 4백87달러
로 일본의 6백22달러에 비해 28%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수준을 보면 범용강재부문에서는 양국이 대등한 것으로 평가되나
특수강 고급강의 생산에서는 우리나라가 훨씬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강의 생산비중은 일본이 18%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11%에 불과하고,
고급강의 생산비중 역시 한국은 26%로 일본의 35%보다 훨씬 낮다.

기술개발능력을 보면 일본을 1백으로 할때 한국은 R&D 투자에서 65,1인당
연구비에서 89, 그리고 1만명당 연구원수에서는 33 수준으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일본철강산업이 낮은 가동률,높은 제조원가 등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유지할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높은 기술수준과 우수한 기술개발능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해 온데 기인한다고 볼수 있다.

국내 철강산업은 일관제철업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
왔으나 원료.인건비및 물류비용의 상승, 환경비용의 증가 등으로 전반적인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합리적인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철강산업은 각 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기간산업인 동시에 대규모의
자본이 소요되는 장치산업이므로 적정 공급능력의 유지를 통한 수급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국제 경쟁격화에 대비하여 가격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국제 철강재가격의 하락으로 국내외 철강재 가격차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데다 엔저로 인해 국내 철강재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셋째, 철강산업의 생산구조를 보다 고도화하고 혁신기술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스크랩의 안정공급 방안및 대체재 개발에 적극 힘써야 한다.

국제적으로 스크랩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고급 스크랩 부족현상이 심화
되면서 가격 상승이 우려되므로 국내 스크랩 수집체제 정비, 수입선 다변화,
대체재 개발노력 강화가 요구된다.

끝으로 국제 환경규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철강산업에 대한 규제가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여서 앞으로 환경문제가
철강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