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패션상품은 백화점에서, 생활용품은 할인점에서 산다.

긴급히 필요한 물건이거나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은 동네구멍가게나
슈퍼마켓 편의점에서."

소비자들이 취향과 생활수준에 맞춰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필요한 제품을 사기 위해 가장 적합한 매장을 찾아가는 "목적구매"가
우리나라에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다양해진 탓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할인점 창고형회원제클럽 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체
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등의 매장특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떤 제품을 어디에서 사면 유리한지를 잘 알게 됐다는 얘기다.

27일 발간된 대한상의의 "대형할인점 진출에 따른 지역상권 변화조사"
보고서는 이같은 변화를 잘 보여준다.

조사대상은 E마트 프라이스클럽 마크로 킴스클럽 등 4개 할인매장의
상권에 있는 소비자 300명과 중소유통업체 150개사였다.

지난 93년말에 E마트가 등장한후 불과 3년만에 "유통업계의 지각대변동"
이라고 불릴만한 구매패턴의 변화가 나타났다.

조사대상자의 절반이상(58%)이 대형할인점에서 물건을 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품목별로는 식품류가 가장 많았다.

일반가정용품 의류 아동용품 잡화도 꽤 팔렸다.

할인점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쇼핑장소로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화장지와 비누의 경우 할인점에서 구입한다고 대답한 소비자들이 전체의
3분의1이었다.

가정주방용품 가공식품 등을 사기위해서도 상당수 사람들이 할인점을
이용했다.

할인점에 손님이 몰린다면 다른 곳의 손님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현재 할인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예전에는 어디로 갔을까.

대형할인점이 개점하기전에 어떤 점포에서 물건을 샀는지 조사해보면
결과는 분명해진다.

"집근처 시장과 소형점포에서 구입했다"는 응답이 61%였다.

다음으로 백화점이 25%, 전문점이 11%로 나타났다.

할인점 등장으로 재래시장과 소형점포의 타격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중소유통업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인근 대형할인점이 진출한 후 큰폭의 매출감소를 겪거나 다소 타격을
받은 업체가 대다수였다.

21.4%만이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할인점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영향은 적어졌다.

중소유통업체가 겪는 애로사항은 역시 가격이었다.

"할인점에 가격경쟁력이 뒤져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포가 73.5%였다.

"매장규모나 상품구색에서도 할인점에 밀린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패션제품에서는 할인점의 경쟁력이 미미한 수준.구두를 할인점에서 산다는
응답은 1%에도 못미쳤다.

핸드백의 경우 3%에 머물렀다.

반면 백화점에서 구두와 핸드백을 구입하는 비율은 절반을 훨씬 넘었다.

고가패션제품에서 백화점의 경쟁력이 타업태를 압도하고 있다.

유통시장개방과 신업태유통업체의 대거 등장으로 이같은 소비자구매패턴은
더욱 더 굳어질 것 같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