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겉으로 "자율화"와 "세계화"를 외치는 것과는 달리 실제 경제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계기로 시장자율가능을 높이는 것은
고사하고 <>민간단체장 인사개입 <>금융기관 창구지도 <>억지요금인하
<>기업신규투자제한 등으로 오히려 규제와 간섭을 늘리고 있다.

한마디로 관치경제시대로 되돌아가는 양상이다.

재정경제원은 최근 실시된 은행연합회장선거에 재무부출신인사를 내정,
일부 은행장들에게 해당인사를 찍도록 권고해 금융권에서 큰 반발을 샀다.

또 지준율을 내리면서 은행장회의를 열도록해 지준인하효과 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리도록 했으며 여전히 대출이나 자금운용 등에 대해 수시로
창구지도를 펴고 있다.

개인들이 쓰는 신용카드도 연초에 사용한도 폐지방침을 밝혔다가 뒤늦게
과소비가 문제되자 이를 번복 오히려 총액한도제를 도입토록 제도화
시키기로 했다.

정부가 세운 올 연간 물가관리목표 달성이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이자
가전제품 등 공산품값을 내리도록 했으며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를 동원해
세무조사와 위생검사를 벌이기도 했다.

재경원은 신증권정책에 따라 유상증자의 원칙을 발표해 놓고도 증시상황이
나쁘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에 대한 특례증자규정을 당분간 적용하지 않겠다고
통지했다.

이와함께 문체부는 여론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내년 하반기부터 출국세
징수를 강행하기로 했다.

기존 법령상 규제가 있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의 사업부제를 통한
신규사업진출을 제한키로 하는 등 이중규제에 나서고 있다.

특히 통상산업부는 정부가 인허가권을 갖고 있지 않은 현대그룹의 제철업
신규진출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통산부는 이에앞서 한보그룹이 시베리아가스전 개발사업을 추진하자
정부와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삼아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으로 시행토록
했다.

경제계에선 정부의 이런 행태를 구시대적인 악습이라고 지적한다.

민간의 의사결정에 어거지로 끼여들어 월권을 행사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있는 일이라는 반발이다.

가득이나 경제전망이 암울한 상황에서 정부정책마저 불투명해져 기업의욕
위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