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재 교보증권 회장(58)은 아침 8시 출근과 합께 제일 먼저 PC에서
전자우편을 꺼내본다.

그가 보는 전자우편은 크게 3종.회사의 정보시스템(KINGS)을 통해
올라오는 각종 보고사항과 한국과학기술원 최고정보경영자과정(AIM)
동창들이 회원인 "전자동우회"에 회원들이 PC통신으로 보내는 이야기,
그리고 미국 프린스턴대 박사학위과정에 다니는 딸(유나)의 편지가
그것이다.

"전자우편은 필요할때 보내놓고 다음날 아침에 와보면 답장이 와있어
무척 편합니다"

신회장은 잠안자고 기다렸다가 시간을 맞춰야 하며 돈도 많이 드는
전화에 비해 무척 편리하다고 전자우편 예찬론을 편다.

외국에 나가있는 자녀들과 소식을 주고받기 위해 전자우편을 시작한
그로서는 전자우편의 효과를 톡톡이 보고있는 셈이다.

신회장이 처음으로 컴퓨터에 접한 것은 지난 84년 한일은행 LA지점장으로
근무할때.자신의 사무실에 PC가 있어 정보를 꺼내보는 정도였으나 "겁나서
쓸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또 교보생명사장으로 일할때도 전산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어 PC통신으로
정보를 받아볼수 있었으나 자주 눈길을 두지는 않았다.

그렇게 컴퓨터에 무심하게 지내던 그가 교보증권 회장을 맡고나서는
어쩔수 없이 컴퓨터를 배우게됐다.

최고경영자로서 컴퓨터에 관한 기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갖출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대한증권을 인수, 교보증권을 출범시킨뒤 경영혁신의 하나로 전산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는데 컴퓨터 전문가들의 말이 서로 달라 도저히 판단할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처음 접한지 10년이 지난 94년의 일이었다.

신회장은 최고정보경영자과정에서 컴퓨터에 관한 기본개념과 함께
과외실습을 통해 PC다루는 법도 배웠다.

그래도 그는 "두손으로 타자칠수 있는 우등생이었다"고 말한다.

신회장은 이과정을 마칠때 연구논문으로 "교보증권의 비전2000"을
냈다.

여기에는 정보화경영을 어떻게 혁신의 모델로 삼을 것인가를 담았다.

컴퓨터는 신회장이 또다른 도전에 나선 계기가 됐다.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이 개설한 최고경영자 경영학석사(KE-MBA) 과정을
이수, 지난8월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내친김에 박사학위까지 욕심내고 있다.

신회장은 뒤늦게 컴퓨터를 배웠지만 컴퓨터가 작동될때 화면에
나타나는 "모래시계"에 친근해진 "모래시계세대"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