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방카슈랑스는 아직 금지된 사랑이다.

법률상 은행과 보험이 정식결혼식을 올릴 수는 없다.

다른 부족과 피를 섞는게 원천봉쇄된 금융씨족사회다.

그래서 갑돌이(은행)와 갑순이(보험)는 손꼽장난식으로 데이트를 한다.

혹시 누가(재정경제원이나 경쟁업체) 볼까봐 손도 몰래 잡아본다.

중하위 손해보험사인 제일화재는 작년 6월 몇몇 시중은행들에게 윙크를
보냈다.

"상품제휴나 한번 해보자"

후발은행인 동화은행이 "OK"했다.

제휴상품명은 "차차차 안전예금".

동화은행이 10부제 차량운전자 등 우수고객에게 최고보험금 7,500만원짜리
교통상해보험을 보너스로 제공해 형태.

국내 은행과 보험의 역사적인 첫 데이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제일화재는 내친 김에 <>신한은행(전군명예통장) <>기업은행(평생파트너
통장) <>한미은행(금리강슛보험) 등과도 바람을 피웠다.

제일화재가 은행과 데이트를 즐긴다는 소문이 나자 손보업계가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러다간 은행이 안방까지 파고 들테다"

제일화재는 "보험상품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라며 비난에 맞섰다.

제일화재 김태언 기업영업본부이사는 "은행과의 상품제휴가 기존 보험시장
을 빼앗기 보다는 신규시장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동화은행의 차차차 안전예금에 든 고객은 15개월간 1만5,000계좌.

수입보험료는 1억9,000만원 정도로 아직은 미약한 수준.

국민은행이 미국 비질런트 손보사와 연계한 환전고객용 "해외여행자보험
가입서비스"도 시행 1개월간 17건에 그쳤다.

은행 보험간의 연계상품 판매실적이 예상보다 낮은 건 아직 상품자체에
큰 매력이 없어서다.

은행들은 단골손님에게 솜사탕 하나 더 주듯 싼 보험상품을 경품으로 줬다.

전국지점망이 열세인 후발은행이 대부분인 탓도 크다.

사실 이들은 사춘기 불장난같은 연계상품판매를 답답해하고 있다.

보다 화끈한 결합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률은 족외혼을 막고 있다.

보험업법 시행규칙 47조의 2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 불공정하게 보험
모집을 할 우려가 있는 자(2호에서 은행 증권 등을 못밖음)는 보험대리점
등록신청을 못한다"고 규정하고 잇다.

또 보험회사 업무영역엔 은행업무가 포함돼 있지 않다.

법은 현실의 거울이다.

과천나리들이 법을 어떻게 손댈지 금융계의 100만 눈동자가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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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의 형제격인 오일슈랑스(Oilsurance)도 국내에 등장했다.

주유소와 보험의 결합이다.

현대해상과 현대정유, 제일화재와 한화에너지가 각각 연계해 직영주유소
에서 자동차보험을 시범판매중.

유공주유소에선 동양화재가 개발한 주유회원 단체상해보험을 무료로
들어준다.

LG, 쌍용화재도 곧 오일슈런스를 시작할 예정.

업체간 경쟁에 소비자만 신났다.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