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등 미래산업에 기초가 되는 광학기기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품및 소재산업의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21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 17차 신산업 민관협력회의에 참석한
업계 학계 및 정부대표들은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을 통해 이같이 의견을
모으려고 특히 영세한 부품.소재업체를 지원하고 전문기술인력과
디자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위해 광학산업기술 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기술자립기반을 확충하고
첨단 기기위주로 생산품목을 바꿔나가 차세대 수출전략품목으로 중점
육성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광학기술연구소의 설립과 광학기술사 제도시행
그리고 정부부설연구소나 대학의 연구인력의 기업체 파견 등 업계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

<>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 =광학기기 산업은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절약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산업이란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먼저 우리 광산업의 현주소를 직접 제품 판매를 담당하고 계시는
삼성항공의 미국 판매법인장으로 계시는 이상목사장께서 말씀해
주십시요.

<> 이상목SOA(삼성항공 미국현지법인)사장 =앞서 주제발표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우리 광학기기산업은 비록 기술수준이나 생산능력은
선진업체들에 크게 못미치고 있지만 그 발전속도 만큼은 눈부십니다.

제가 판매를 맡고있는 카메라 분야는 대표적인 예지요.

삼성항공은 세계 최대의 카메라시장인 미국에 지난 89년 처음 진출해
지난해에는 판매 5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카메라가 일본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은 물론 품질경쟁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애프터서비스도 신고받은지 4일 이내에 모든 처리가 가능할 정도로
훌륭하고요.

그렇지만 아직 디자인을 비롯한 모든 점에서 1위 일본에는 크게
뒤지는게 사실이에요.

현재 일제 카메라보다 우리 제품은 10~20% 싼 값을 받고 있습니다.

기술이나 디자인 분야에대한 연구개발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 박장관 =해외에서는 우리 광학기기산업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일본의 세계적인 복사기업체인 리코사 가미토모 사장께서 말씀해
주십시요.

<> 가미모토일본리코사장 =저희는 한국의 신도리코사 제품을 자체
판매망을 통해 세계에 공급하고 있는데 경쟁력이 매우 높습니다.

품질이나 가격경쟁력은 물론 납기 경쟁력도 이미 세계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복사기를 복사속도에 따라 저속기 중속기 고속기 등으로
분류할 때 한국 제품이 뛰어난 분야는 저속 저가격기에 한정돼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프린터 부문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경쟁력 있는 고급기 개발을 위해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욱
연구개발 투자를 해나가야 할 겁니다.

<> 박장관 =광학기기 분야의 경쟁력은 기술이라고 봅니다.

광산업에는 카메라.복사기 등 결상기기부문 외에도 광계측기 등
미개척분야가 아직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전문가 입장에서 우리 광산업을 평가해주시죠.

<> 홍경희육군사관학교 물리학과교수 =광산업은 레이저 계측 등을
담당하는 "산업의 눈"입니다.

전자나 통신 의료분야에 대한 응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 앞으로는
"산업의 신경"이 될겁니다.

그러나 우리 광학기기 산업은 외형적 크기에 비해 핵심기술이 부족합니다.

특히 각 부문에 산재된 기술이 목표를 갖고 종합되지 못해 더욱 낙후된
형편입니다.

그래서 전문광학기술 연구소를 통해 인재와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한다면 예컨대 우리 복사기 업체가 일본회사의
대리점으로 전락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되도록 영세업체에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소자산업"은 기술력의 부족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에 계속 추격당하고
있는 형편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품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니까요.

<> 이인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실장 =전문 연구소와 관련해서는
미국 로체스터대학 부설 "옵틱스 매뉴팩처링 센터"에서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이미 노동집약적인 광학가공기술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국방성과 대학 산업체 및 광학기기제조자협회가 공동으로 새로운
광학가공방식을 개발했습니다.

"유체자기 가공방식"이지요.

이를 통해 영세 업체들에게 렌즈를 주문생산해 주는 겁니다.

연구소를 따로 세울 수 없다면 기존 연구소의 인력과 기술을 확충해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할 겁니다.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특히 렌즈설계에 있어서는 광원 광센서를 통합한 통합시스템적인
설계가 필요합니다.

정밀기계나 전자 등 부문과 결합된 복합설계가 요구되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에서 따로 팀을 갖춰 설계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 김철수국민대 대학원장 =광기기의 국제 경쟁력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산업디자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메라 복사기 등 만을 디자인하는 전문디자이너들은
현재 10여명 남짓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의 수출도 OEM 방식을 취하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외국 디자인을 모방하거나 외국 디자인회사의 컨설팅을 받는 일도
많습니다.

금형 가공기술도 뒤떨어져 있어 전체적으로 디자인산업의 수준은
아직 일본의 80%에 못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무엇보다 민간참여에 바탕을 둔 전문인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독자모델을 개발할 수 있겠지요.

기존 디자이너에 대한 재교육도 필요하고요.

<> 박장관 =업계의 얘기를 들을 차례인가요.

<> 유무성삼성항공산업 대표 =카메라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카메라가 되겠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습니다.

제 답은 매우 유망하다는 겁니다.

세계 50억 인구중에 카메라를 직접 만져본 사람들은 10억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카메라 고유모델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일본 독일 우리나라
정도밖에 없고 카메라에 대해서는 아직 전세계적으로 어떤 규제도
없습니다.

공업규격 등의 문제도 걸리는 것이 없고 환경문제도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지요.

<> 박장관 =그럼 앞으로의 성장전략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 유대표 =삼성항공의 목표는 21세기 초까지 세계 3대 카메라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세계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시장이 있는 곳에 공장을 짓겠습니다.

중국 멕시코 독일 등의 기존 공장 외에 일본이나 중남미 서남아시아에도
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또 기술이 있는 곳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울겁니다.

기존 독일 일본의 연구소 말고도 러시아 모스크바와 미국 로체스터에도
설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만의 독특한 제품을 개발한다는 게 삼성의 복안입니다.

<> 박장관 =애로사항은 없나요.

<> 유대표 =부품산업이 취약한 것이 문제예요.

삼성항공 뿐 아니라 기타 협력업체들이 같이 성장하는 윈-윈(Win-Win)
전략이 필요합니다.

정부에 대해서는 "수입선다변화"해제를 미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 카메라산업은 국산화가 70~80% 선에 머무르는 유치산업입니다.

1백% 국산화가 될때까지는 기다려 주십시요.

<> 이원승한국광학기술개발 사장 =광산업은 생각보다 광범하고
파급효과가 큰 산업입니다.

프로젝션 TV 등 가전산업이나 공장자동화에도 쓰이고 반도체 기술이나
컴퓨터 등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서 유대표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부품이나 소재기반이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서 순수 부품생산업체는 메이커와의 계열화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대한 부탁도 있어요.

우선 인력확보를 위해 기능사 인증제도에 광기술분야도 포함시켜
주십시요.

산업인력 관리공단 산하 직업전문학교 커리큘럼으로 광학가공과나
광코팅과 등을 포함시켜야 할 거구요.

광기술 엔지니어링회사를 통해 광학기술지도 등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지 않습니까.

<> 이성근신도리코 전무 =신도리코는 지금까지 10만대 이상의 복사기를
해외에 수출해 왔습니다.

또 매년 20~30%씩 이 수치가 늘고 있지요.

물론 OEM 수출이 대부분이지만 아날로그 복사기의 경우 대부분 우리가
개발할 정도의 기술수준이고 일본 리코사에 복사기 디자인을 수출하기도
하는 등 디자인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어요.

연구개발투자도 지금은 매출의 5% 선인데 앞으로 8~1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 박장관 =신도리코는 일본 리코사와 협력관계에 있다면서요.

<> 이전무 =그렇습니다.

처음 50대 50의 출자비율이었습니다만 현재 75대 25로 바뀐 상태고
11월 상장하고 나면 85대 15까지 저희 지분율이 늘어납니다.

제품을 개발할 때 우리의 전자 전기 화학 기술자가 파견돼 인건비를
받아가며 공동참여하는 경우가 많지요.

복사기 시장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특히 치열하기 때문에 국제분업이나
상호보완적 협력관계가 중요합니다.

<> 박장관 =복사기 사업에서 특히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 이전무 =무엇보다 부품과 소재예요.

저희 회사는 렌즈 플라스틱 반도체칩 등 많은 소재와 부품들을 일본이나
동남아현지 일본업체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핵심부품의 20~30%에 이르고 있습니다.

복사기 한대에 1천5백개에서 2천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를 공급해줄
업체들이 너무 영세하고 기술력이 부족해요.

인력부족도 큰 문제입니다.

각 대학의 물리학 전공자들이 기업으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다들 대학이나 연구소를 선호하지요.

정부에 대해서는 저도 수입선 다변화 해제를 미뤄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군요.

아직까지는 일본업체들과 품질경쟁력에서 뒤져있는 형편이니까요.

저희도 그때까지 충분히 힘을 키우겠습니다.

<> 김상선과학기술처 기술지원과장 =말씀 잘 들었습니다.

광학기기는 미래의 산업입니다.

부품과 소재 디자인의 종합산업이기도 하구요.

이를 육성키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벤처캐피탈이나 기술담보제 등을 검토중에
있습니다.

기술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충역 학사까지 병역특례자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고요.

정부출연 연구소나 대학의 고급인력을 기업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습니다.

<> 박영기통상산업부 기술품질국장 =광학기기산업은 제품수명(라이프
사이클)이 매우 짧아서 후발국의 캐취업(따라잡기)가 비교적 용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부는 기반기술의 개발 확충을 위해 현재 공통핵심기반기술 개발사업을
40여개 추진하고 있습니다.

렌즈나 프리즘 필터 등 자본재 전략품목도 7개를 선정해 고시했습니다.

또 자원와 인력의 낭비를 방지하고 원활한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부품
표준화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7월부터 "복사기부품 산업표준화"를 시행중입니다.

이렇게 해서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국제협력도 중요합니다.

유럽에서 20여개국 수백개 업체가 참여해 85년 이후 추진중인 유레카사업
(유로레이저 개발사업)과 같은 프로젝트도 검토하겠습니다.

<> 박장관 =오늘 회의를 통해 광학기기산업이 매우 유망하고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았습니다.

특히 산업계나 학계에서 광산업의 발전을 위한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정부도 이를 21세기 주도사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뚜렷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오늘 광학기술연구소의 설립이나 기술인력배출 문제 등 제기된
건의사항들은 하나하나 검토해서 조속히 시행되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산업계 학계 그리고 정부가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근로자들도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욱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 정리=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