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복 업계의 라이벌인 나산과 신원의 판매전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조이너스"(나산)와 "씨"(신원)를 앞세운 브랜드 공방에 이어 이번에는
패션유통부문에서 한판 승부를 겨루게된 것.

양사는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의류업체에서 패션유통업체까지 거느린
거대 패션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아래 패션유통 전문점 개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원이 나산을 추격하는 형태로 진행된 제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에서는
신원이 나산을 리드하고 있다.

신원은 지난 4월 광주 호남백화점을 20년간 빌려 매장면적 1천2백여평
규모의 대형 패션전문백화점인 "프라이빗"을 개설했다.

"프라이빗"에는 "씨" "베스띠벨리"등 신원의 고유브랜드 제품외에
80~90개의 타사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프라이빗"을 자사의류만 취급하는 직영점이나 대리점과 달리 타사
브랜드로 함께 취급하는 명실상부한 패션전문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으로 신원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등 전국 주요 도시에
"프라이빗"을 개설키로 하고 이미 부지 물색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원은 "프라이빗"의 전국망이 구축되는 오는 2000년에는 패션유통
부문에서만 4천억~5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원에 뒤질세라 나산도 대구와 마산에 패션전문백화점인 "워너비"를
세우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최근 발족한 유통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세부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나산은 우선 오는 11월 대구 동성로에 매장면적 4백여평의 패션전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또 내년초에는 마산지역에 지상9층, 지하3층 매장면적 1천2백여평의
매머드급 패션백화점을 개설키로 했다.

나산은 대구와 마산의 성과를 봐가며 패션전문점을 전국 주요도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있다.

나산은 패션유통부문에서는 신원에 선수를 빼앗겼으나 백화점 운영등을
통해 충분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패션유통점 운영에 유리한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단순한 의류의 제조.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패션유통사업에 진출키로 했으나 궁극적으로는 유통업의 강화와
연결되어있다는 설명이다.

나산관계자는 "패션전문점의 개설과 병행해 지난 9일 처음으로 문을
연 패션할인점 "이코레즈"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있다"며
"나산은 직영점에서부터 "이코레즈" "워너비"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패션점을 개설해 국내최고의 패션유통업체를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과 나산이 전국 주요도시에 패션전문점을 세우기로 함에 따라
입지를 둘러싼 두회사간 "길목잡기"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사의 패션전문점에 유명브랜드를 끌어들이기위한 브랜드 유치경쟁도
이미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원과 나산이 이처럼 패션전문점 개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여성의류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추세여서 대리점이나
직영점 위주의 판매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원그룹 관계자는 "패션전문점 사업 진출은 기존의 단순한
의류메이커라는 이미지를 불식하고 명실상부한 패션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두업체의 경쟁적인 패션전문점 개설에는 유통시장의 전면개방에
따른 세계 유명브랜드의 국내진출에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져있다.

그렇다고 신원과 나산 양사의 패션유통업 진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꼽을 수있는 장벽은 브랜드의류의 경우 여전히 대형백화점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

따라서 이들 두회사는 상대방을 의식하기 전에 백화점과의 이미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또 경기가 하강국면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의 점포개설이라는 점에서
고객확보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점도 이들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국내 숙녀복업계의 정상을 달리고 있는 나산과 신원간 패션유통시장
선점경쟁의 승부가 어떻게 갈릴지 주목된다.

<장진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