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제일 < 산업연 연구위원 >

우리나라 피혁산업은 1980년대 한때 수출액이 이탈리아와 맞먹는 수출
대국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서는 우리의 수출력을 급속히 상실해가고 있다.

1990~95년 기간동안 전체수출액은 33억 달러에서 25억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수출 주력상품이었던 가방.핸드백 혁제의류 등 가죽제품류 수출은
동기간 30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몰락하였다.

다행히 가죽류의 수출은 동기간 3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5배 성장함으로써
피혁수출을 근근히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가죽류 수출증대 요인도 순수한 수출경쟁력 향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중시하면 향후의 수출기약은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 피혁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신발류에만 주로 활용되고 있는 우피
생산에 전체의 90%가 몰려있다.

생산방식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준비공정부터 완성혁까지를
일괄적으로 생산하는 양적생산에 치우치고 있다.

이에반해 이탈리아는 1980년대 초반부터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제품별
전문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토대로 전사적 브랜드화를 추진하는 등 피혁특성에 맞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높여왔다.

이탈리아가 세계 정상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요인은 첫째 소기업 위주의
산업활동력 극대화이다.

전체 2천2백개 업체중 92%는 종업원 20인 이하의 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소기업의 종업원 1인당 생산액 지수가 중견기업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날 정도로 소기업의 산업활동력이 크다.

이는 소기업의 생산액 지수가 중견기업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기업체수 면에서 한국보다 10배 이상, 생산액 지수면에서 4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소기업들은 수천여종의 최고품대 가죽과 제품을
소량으로 전문생산 또는 판매하는 왕성한 산업활동을 하고 있다.

둘째 잘 짜여진 분업기능과 협업화 구조이다.

이탈리아는 전체 생산량의 97%는 업체간 분업생산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전체 생산량의 90%를 일관생산 시스템에 의존하는 한국과는
판이하다.

이탈리아는 협업화 생산으로 매우 다양한 제품성능을 막족시켜 한국보다
2배의 가격으로 판매한다.

셋째 원가절감및 환경개선 능력이 우수하다.

이탈리아는 터키.인도산 중간원피(WB)를 활용하고 있어 생산원가를
대폭적으로 낮추고 있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55%를 재활용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어 환경공해와 원가절감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특히 부산물 활용기술력은 연구소와 업계간의 협업화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서 한국은 정부의 원피수입선 제한으로 전체 원피의 75%는
미국 등지의 고가원피를 수입하고 있고, 부산물 활용도가 불과 2% 내외 밖에
되고있지 않아서 원가상승과 폐기물.폐수발생의 원인까지 되고 있다.

넷째 디자인 창출능력의 우위이다.

이탈리아는 1천5백여종의 가죽소재를 생산하고 있어 3백여종에 불과한
한국의 5배이다.

종합적으로 한.이 피혁산업 비교를 통해 한국은 1.원피수입 다변화 및
부산물 활용도 증대를 위한 제반조치로 수출가격 경쟁력 향상도모
2.소기업과 중견기업과의 협업화능력 증대를 위한 산업재배치로 다양한
제품생산 기반마련 3.연구소의 연구기능 제고 등이 수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