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은 다음달중에 수출기업 노사대표들을 초청해
대규모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19일 결정.

이 음악회는 박장관이지난 7월 산업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한 이후 현장을
방문했던 34개사를 비롯, 모두 1백50개사 정도의 수출기업 근로자와 이들의
가족, 경영진 등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개최할 계획인데 모두 7백~8백명을
예술의 전당과 같은 대형 공연장에 초청한다는 구상.

통산부의 일부 직원들은 "박장관이 수출기업을 방문했을 때 수출을 독려
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언젠가 한번쯤 서울로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악화되고 있는 교역조건 속에서 묵묵히 수출전선에서 고생하는 근로자들을
음악회를 통해 위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긍정적인 반응.

또 올해는 수출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무역의 날(11월30일)에 수출실적
1천억달러 돌파 1주년 기념식도 내놓고 할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1년 전의 감회를 되새기고 수출을 재차 독려하는 것도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는듯.

그러나 엔저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 등으로 수출실적이 크게 부진해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감량경영과 감원바람 등으로 재계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거창한 음악회를 개최
해야 되느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태.

근로자 등을 초청해서 음악회를 연다고 해서 수출전선의 분위기가 호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오히려 가뜩이나 행사가 많아 "Ministry Of Event"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는 통산부의 위상에 또 하나의 흠집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 관계자들도 통산부가 음악회 개최에 쏟는 시간과 노력을
특소세율 인하나 할당관세 추가인하 등 기업들이 목말라 하고 있는 업무
분야로 전환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통산부는 박장관이 현장을 방문해 건의받은 내용중 50여가지를 추려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통산부가 이의 조기실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

어쨌거나 우리나라 수출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통산부는 요즘 10월에 개최할
예정인 음악회를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어떤 가수를 초청해야 하는지
등으로 수출부진으로 가뜩이나 아픈 머리를 싸매고 고심하는 중.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