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고비용구조는 임금 금리 땅값 물류비 정부규제 과소비등 "6고"
로 요약된다.

경제원론에 나오는 3대생산요소(노동 자본 토지)는 물론 간접비용 모두에
고자가 붙어 있다.

그러니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수 없고 경쟁력강화는 꿈꿀수 조차 없다.

한국경제가 회생하는 길은 고비용구조를 깨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때문이다.

고비용타파의 길을 찾기에 앞서 우리경제를 죄고 있는 이러한 장벽들이
얼마나 높고 단단한지, 다른 나라의 그것들과 비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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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

한국의 땅 값은 경쟁국과 비교 대상이 안될 정도로 높다.

각국 공단에 1만평 짜리 공장을 짓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땅값을 비교해
보자.

한국 남동공단에 건설하려면 부지 매입에 55억9천만원이 들어간다.

대만 민웅 공단에선 22억5천만원이 든다.

필리핀 마닐라에선 15억3천만원, 미국 일리노이에선 10억6천만원에 그만한
땅을 살 수 있다.

멕시코 툴루카에선 3억7천만원이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한국 남동공단에 공장을 짓는 회사는 대만보다 24배, 필리핀
보다는 3.6배, 미국에 비해서는 5.2배 비싼 땅을 사용하는 셈이다.

그나마 공단가격이니 평당 30만원 밑이다.

한국 중소도시 근처에 있는 웬만한 부지를 매입하려면 최소한 평당 4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외국에선 정부가 장기 융자금을 줘 싼 값에 공급하거나 아예 무료로 빌려
주는 땅을 한국에서는 수십억원씩 들여 사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민간기업이 개발 안된 비교적 싼 땅을 사서 산업단지로 자체
조성하려고 해도 이런 저런 규제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공공기관이 개발할 때는 받지 않는 개발부담금이나 취득세 등을
민간기업에는 어김없이 물린다.

이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다.

제도적으로 지원하게 돼 있는 것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업단지를 개발할 때는 도로 녹지 공원 등 기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총 공단조성비에서 평균 30% 정도 차지하는 이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가 우선 지원토록 돼 있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대부분 재정상의 이유를 들어 사업시행자
에게 이를 부담시키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도리없이 공단 입주자에게 이 자금을 떠넘길 수 밖에 없다.

"이래 저래 한국기업은 땅에 짓눌려 질식사하고 있다"

아남그룹 황인길기조실사장의 얘기다.


[[[ 임금 ]]]

노동비용은 절대금액면에서는 선진국수준에 못미치지만 국제시장에서
맞붙는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높은게 사실이다.

특히 임금인상률이 매년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웃돌고 상승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12달러로 영국의 로버사와 같은 수준에
도달했고 미국 포드사(15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신발산업은 월평균 인건비가 8백달러로 베트남(50달러)과 중국(70달러)보다
10배가 넘고 인도네시아(90달러)와 태국(180달러)에 비해서도 5~9배 높은
수준이다.

인건비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30%로 베트남(7~9%) 중국
(8~10%)은 물론 인도네시아(10~12%) 태국(15~18%)에 비해 월등히 높다.

섬유산업의 인건비는 한국을 100으로 할 때 일본(260)의 절반에 못미치지만
섬유최대 경쟁국인 대만(80) 보다는 25%가 많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노동비용은 그 증가속도가 선진국과 개도국을 모두 합쳐
가장 빠르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87년을 100으로 할 때 한국은 149로 중국(96)일본(101)은 물론 싱가포르
(139) 대만(121) 홍콩(112)의 상승세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노동비용을 부가가치생산액으로 나눈 단위노동비용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87~94년 연평균 4.9% 증가해 일본(<>0.4%) 미국(0.8%) 프랑스(0.8%) 대만
(2.9%)등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였다.

국내 평균임금은 월 1천2백73달러(94년 기준)로 1인당 GNP의 1.9배이다.

홍콩(0.4 6)과 싱가포르(0.94) 중국(0.94)은 평균임금이 1인당 GNP보다
오히려 낮다.

일본과 대만은 평균임금이 1인당 GNP보다 높지만 각각 1.18배, 1.20배로
한국보다는 훨씬 낮다.

[[[ 물류비용 ]]]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모두 71조원을 물류비로 썼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전체 매출액 4백90조원의 14.3%를 "길바닥에 뿌린"
셈이다.

미국(7.94%) 일본(8.84%)의 2배 수준이다.

이같은 물류비는 8년전인 87년의 8조원에 비해 규모면에서 8.9배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80년대 중반까지 10%가 넘었던 물류비비중을 각각 7%, 8%대
로 끌어내렸다.

도소매업을 뺀 제조업만을 보더라도 연간 물류비(94년)는 모두 48조원으로
국내 총생산대비 15.7%나 된다.

10년전보다 규모면에서 4.2배가 늘었다.

증가율도 연평균 15.5%의 고속이었다.

특히 도로공급이 자동차 대수 증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육상운송
비용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자동차 1대당 도로연장은 91년 13.67km에서 94년 9.97km로 크게 줄었다.

주요철도 노선은 지난 89년 경부선을 시작으로 중앙선 영동선이 92년,
전라선이 94년에 이미 한계용량을 넘어섰다.

항만도 마찬가지다.

88년 80%이던 항만시설확보율은 작년에 66%로 떨어졌다.

공항항공화물은 터미널 부족으로 수년전부터 계류장에 야적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수송비는 지난해 모두 31조원에 달했다.

규모면에서 10년동안 4.5배가 늘었고 연평균 16.4%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재고유지관리비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84년 3조2천억원이던 재고유지관리비는 94년 10조9천억원으로 3.4배가
늘었다.

이밖에 포장비 하역비도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과다물류비는 결국 수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업계의 물류비는 2백6억달러로 총수출액의
16.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7%)의 2배가 넘고 일본(11%)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 행정규제 ]]]

한국 기업들이 받고 있는 행정규제는 새삼 따져볼 필요도 없다.

공장 하나 짓는 데 수백장의 서류가 필요하고 수십개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구문"이다.

문제는 문민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시행된 규제완화 이후에도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규제지수"는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규제완화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등에 치우쳐 기업들의 신규 사업진입 가격결정등에 대한 근본적 규제
엔 변함이 없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 결과를 보면 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규제완화 정책평가"에 따르면 문민정부
들어 추진된 2천6백59건의 규제완화 사안중 금융 보험업에 대한 규제완화는
83건으로 3.1%에 그쳤다.

제조업의 경우도 3백68건으로 13.8%에 머물렀다.

반면 전체의 33%인 8백85건이 서비스업에 몰려있다.

진입 퇴출에 관한 규제완화도 이런 양상은 마찬가지다.

1차 산업(28.4%)이나 제조업(22.1%) 건설업(15.7%)보다는 서비스업(43.7%)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이것들이라도 제대도 이행됐다면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다.

순수 규제완화 사항 1천9백39건중 이행된 것은 83.2%.나머지 15.2%는 전혀
시행되지도 않았으며 1.7%는 부분 이행된데 그쳤다.

규제완화 실행이 이처럼 미흡한 것은 법개정 미비(85.1%) 부처간 협조부족
(4.1%) 관련 내규지침등의 미고시(3.7%)등 때문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규제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일선 기업들의 불만은
아직도 많고 일부 분야에선 오히려 규제가 강화된 것도 있다"며 "규제완화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금리 ]]]

한국의 금리는 선진국에 비해 최저 2배에서 최고 10배 이상 높다.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그렇다.

각국의 시장금리를 작년 기준으로 비교해 보자.한국은 명목금리가 12.6%로
일본(1.2%)의 무려 10배를 넘는다.

독일의 4.5%,미국의 5.8%에 비해서도 배이상 높은 셈이다.

그나마 이들 나라는 선진국이라 그렇다고 치자.경쟁국들과는 어떤가.

역시 마찬가지다.

싱가포르는 명목금리가 2.6%이고 대만은 5.4%에 불과하다.

높은 물가수준을 감안해 명목금리 대신 실질금리를 비교해도 한국의
고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4.5%)을 명목금리에서 뺀 실질금리는
8.1%다.

그러나 일본은 이 실질금리도 1.3%에 불과하다.

싱가포르의 경우 0.8%로 거의 공짜다.

대만은 1.6%, 독일은 2.8%, 미국은 3.0%이다.

금리가 이렇게 높다보니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말도 못한다.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 비중은 한국기업들이 지난 94년 기준으로 평균
5.6%에 이른다.

일본과 대만(93년 기준)은 각각 1.8%와 2.2%이다.

한국 기업의 은행대출등 높은 차입금 의존율을 고려해 기준을 같게
하더라도 대동소이하다.

차입금 의존도가 같은 한국과 일본의 기업을 비교할때 한국기업은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이 3.62%로 일본기업(1.44%)의 두배를 넘는다.

한국의 고금리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자금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은데다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도
9%로 일본의 1.3%, 영국의 0.5%보다 엄청나게 높아 공급부족을 부추기고
있다. 또 은행의 생산성이 낮아 예대마진도 높고 국채를 이용한 공개시장
매각등 간접통화관리도 허약한 탓"(전대주 전경련 전무)이라는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