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승수경제팀이 나름대로 야심찬 "향후 경제운용방안"을 발표한 날
(3일)부터 연이틀째 계속된 미국의 이라크공격에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반도체쇼크"로 휘청거리고 있는 국내경제에 업친데 덥친 격으로
"이라크쇼크"까지 발생, 경제운용방향의 골격인 물가 국제수지 성장목표등을
다시 고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산업연구원(KIET)은 4일 "이라크사태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는 억제목표선(4.5%)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정부는 따라서 재정경제원차원에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작성하고
통상산업부에 비상대책반을 설치하는등 다각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일단 이라크사태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예상보다 크지는 않을
것"으로 밝혔다.

그러나 물가 경상수지 성장목표등 정부가 잡고있는 정책목표들은 그야말로
"잘하면 달성할 수 있는" 빠듯한 수준에서 결정된 것이어서 이라크 사태로
인한 유가상승이나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달러화강세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물가 =재정경제원은 지난 3일 발표한 경제운용계획에서 9월중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목표선인 4.5%를 넘어 일시적으로 4.7%까지 올라갔다가 10월
이후 다시 내려가 연말까지 목표선을 지킬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런 전망은 10월부터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제재(엠바고)가 풀려 이라크의
석유수출이 재개돼 국제유가가 다소 내려갈 것이란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반대로 가버렸다.

정부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유가가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유가가 하락세로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IET도 "미국과 이라크의 추가적인 군사 충돌이 없다면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적다"며 "4.4분기까지 국제유가(두바이가격기준)가 여전히
19달러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IET는 따라서 원유가격상승이 석유화학제품등 국내물가에 영향을 줘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억제목표선(4.5%)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국제수지 =이라크사태가 장기화되면 경상수지적자도 당초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상산업부는 당초 올해 원유도입규모를 배럴당 18달러를 기준으로 물량
7억3천5백만배럴, 금액 1백35억달러선으로 전망했으나 이번사태로 도입가격
이 배럴당 20달러대로 올라가면 4.4분기에만 약 5억~6억달러정도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하게 따져도 최소한 그만큼 국제수지적자가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이번사태여파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강세가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달러강세는 상대적으로 경쟁통화인 엔화의 약세를 가져와 우리 수출상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수정 전망한 경상수지적자규모(1백50억달러)를
지키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수출 =무역협회는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단발로 그치지 않고
전쟁으로 확산되면 걸프 연안국에 대한 수출이 20% 정도 감소하고 국제유가
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수출은 4억달러가 줄어들고 원유를 중심으로 한 수입은
14억달러가 늘어나 무역수지 적자폭이 18억달러 추가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수출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대해서는
20%가 감소했고 쿠웨이트에 대해서는 1년간 중단된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전쟁특수로 6개월간 50% 이상 증가한 전례 등으로 보아 이번에도 이라크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산되면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이 20%정도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수입은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로부터의 원유수입이 14개월간 중단돼 차질분
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서 조달, 수급상 문제는 없었으나
전쟁이 계속된 4개월동안 평균 30달러선을 유지했었다.

통상산업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쿠웨이트 등 주요 걸프
연안국들과의 우리나라 무역은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수출의 경우 21억
달러로 전체의 2.8%, 수입은 64억달러로 전체의 7.4%를 차지하는 등 비중이
크지 않아 걸프해역이 봉쇄되지 않는 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
하고 있다.

<> 석유수급 =국내 석유비축물량은 정부비축분이 4천2백만배럴, 민간
비축분이 6천만배럴로 각각 약 50일분에 해당하며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당장의 석유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우리나라는 걸프전이후 이라크로부터의 원유수입을 전면 중단해 오고
있어 이라크사태가 당장의 수급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 경제/산업1부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