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노동의 대상으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기타 여하한 명칭
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의를 놓고 노사간에는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노동의 대상.노동계에서는 노동의 대상을 "노동력 내지 근로관계의
대상"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는 반면 경총 등 사용자단체에서는 노동대가의
대상으로 좁게 보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노동정책의 기조로 삼아온 "무노무임" 원칙도 좁은 의미의
임금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임금은 이렇게 법적인 개념부터 논란의 여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

법규상 논란거리는 또 있다.

기준임금이다.

기준임금은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 재해보상금등 임금을 근거로해 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참조하는 임금을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기준임금은 "산정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간에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지급된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제한 금액"
(제19조)으로 돼 있다.

"평균임금"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위법령인 시행령에선 기준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간급금액 일급금액
주급금액 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시행령 제31조1항)인 통상임금으로 정의
하고 있다.

기준임금을 이처럼 두가지로 해놓은 모법과 시행령에선 <>퇴직금 휴업수당
산재보상등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해고예고수당 유급휴일 및
유급휴가에 대한 급여 연장.야간 근로 및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급등은 통상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토록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따로 구분해야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기준임금을 이렇게
두가지로 해놓고 "어떤 수당은 이걸로 또 어떤 수당은 저걸로" 계산하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것은 지난 53년.

이 법은 그동안 몇 차례 개정됐지만 임금의 개념과 범위 및 기준임금등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법 이름 그대로 근로의 기준이 되는 근로기준법이 이런 실정이고 보니 다른
법은 보나마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최저임금법은 물론 국민연금법 의료보험법 등 사회
보장에 관한 법규, 심지어 소득세법 등 조세 관련 법규들까지 제각각
독자적인 기준임금을 갖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임금을 산정해 지급할 땐 근로기준법과 근로기준법시행령
을 "왔다 갔다"하고 보험금이나 보험료는 국민연금법을, 또 근로소득세를
낼 때는 소득세법을 따른다.

이같은 상황에선 임금관리는 고도의 기술을 요할 수 밖에...

"기업의 경리담당자나 회계담당들의 자리가 고정돼 있는 것도 복잡한 임금
관리에 대한 노하우 때문"(H그룹 L상무)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임금관리만 복잡한게 아니다.

헷갈리기는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해야할 야간근로가산급을 평균임금으로
계산해 줘도 돈을 받는 근로자가 일일히 따져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기
쉽상이다.

더 나아가 보험금 또는 보험료는 제대로 계산됐는지, 혹시 세금을 많이 낸
건 아닌지 도무지 알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것이 고의인지 과실인지 구별할 수도 없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노사가 산정기준 문제로 한번 붙으면 장기전이 되고
만다"(창원 L사 J부장)

기준이 많다보니 쌍방이 모두 자기쪽에 유리한 기준을 적용코자 할게
당연지사다.

사용자들은 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급과 유급 휴일 및 휴가에
대한 급여를 줄이기 위해 임금협상 때마다 그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줄이려고 한다.

그러니 자연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부정기적 상여금과 수당 등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다.

또 퇴직금 지급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퇴직전 3개월간 보직을 면제하거나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를 시키는 것을 꺼려한다.

평균임금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사간 "담합"도 조장된다.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 비중을 줄이고 부정기적 상여나 부가급여등
비과세 근로소득을 더 많이 인상하는 등 "절세작전"을 꾀하는게 대표적인
예.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각 기업마다 임금체계와 임금인상기준이 제각기
달라지는 것이다.

정부가 임금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이들 기업이 제출한 임금자료를 집계하고
분석해봐야 엉뚱한 임금통계가 되고, 그 결과 현실과 동떨어진 임금정책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왜곡된 임금구조를 뜯어고치는 임금개혁은 관련 법령을 단순 명쾌하게
고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는게 순리일 게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