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아시아과학사회의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박성래교수가
첫날 발표한 "동아시아과학사 서술에서의 자랑과 편견"이란 제목의 논문.

박교수는 "중국인은 중화의식이 강하고 한국인은 애국심이, 그리고
일본인은 구미예찬에 지나치게 강하다"는 일본 과학사학자 판출상신의
견해를 끄집어내면서 측우기는 중국것이 아닌 한국것이라는 사실을
조목조목 따져 참가자들이 수긍한다는 의미의 박수로 화답.

국내 참가자들은 이에대해 "둘도 없는 기회를 최대한 살렸다"며 "앞으로
왜곡되어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는데 한몫할 것"으로 기대.

박교수는 "영국 과학박물관이 세종때 세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을
붙여 전시해왔던 측우기를 수년전 중국측에서 자신들이 만들어 보낸
것이라고 주장해 누구 말이 옳은지 자신이 서지않는다"며 전시를 포기한후
부터 절치부심해왔다는 후문.

우리의 측우기가 중국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영문으로된 우리의
연구결과가 전무하다시피해 과학사연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영국의 조셉 니덤(95년작고)등 영어권학자들이 중국측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

중국에서는 대학에 "과학번역학과"까지 둬가며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영문번역해 내놓는데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에비해 우리나라 학자의
과학사관련 영문저서는 전상운박사(전 성신여대총장)가 74년 미 MIT대
출판사를 통해 낸 "한국과학기술사"가 유일하며 그나마 지금은 절판된 형편.

<>.동아시아과학사회의는 28일 오후 총회를 갖고 프랑스의 카트린 자미와
중국의 손소순을 차기 회장과 부회장으로 한다는 올봄의 서면투표결과를
추인.

이들은 모두 30대의 젊은 과학사연구원들로 일부에서는 "30대의 반란"
이라고 평하면서도 앞으로 이 회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

차기회장은 당초 우리나라의 전상운박사가 거론됐으나 "우리나라에서
회의가 열리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회장에 뽑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전박사 자신이 고사한 것으로 전언.

<>.이번회의 참석자들은 30일 경복궁과 민속박물관을 둘러보고 일부는
9월1, 2일 이틀간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찾을 예정.

현재 여행을 신청한 외국인은 40여명선으로 상당수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이들.

이들은 우선 공주 무령왕릉 정림사지와 부여박물관을 보고 경주에서
신라역사과학박물관을 포함, 천마총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등을 살펴 볼
계획.

국내관계자들은 과학사연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의 여행을
통해 우리과학기술의 수준을 확인케하고 그동안 왜곡됐던 겨레과학의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