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통신기기산업의 획기적 도약을 위해서는 정보통신 전문
인력양성과 전략적인 핵심부품개발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업계 학계 정부대표들은 26일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의 필수적 요소로 연구개발을 대폭 늘리는 방안과 함께
취약하기까지 한 전문인력양성과 관련 핵심부품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중소기업들의 핵심 인력부족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분야의 연구소인력을 장기적으로 이들
기업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보통신분야에서도 소비자의 요구를 고려한 디자인개발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어 개발초기단계부터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방안 등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정보통신기기의 수출확대를 위해 내수시장을 적극 확충하는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허고 국제표준을 잡기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정부는 전문인력양성을 위해 정보통신대학원의 확충 등에
적극 나서고 전자부품연구소를 중심으로 통상산업부 정보통신부 과학
기술처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 정보통신관련 핵심부품의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정보통신기기의 수출을 전략적으로 지원키 위해 EDCF(경제
개발협력기금)를 확충하고 소프트웨어연구인력의 중소기업 파견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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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 =국내 정보통신기기산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선진국과의 격차가 적습니다.

이는 조금만 노력하면 앞지를 수도 있다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통신산업이 새 경쟁력을 창출해 선진국 수준으로 우뚝서기 위한
방안모색이 오늘 토론의 초점입니다.

먼저 해외기업의 국내법인이 보는 국산정보통신기기의 경쟁력을 가격
품질 서비스 등 3가지 분야에서 평가해 주시지요.

<> 이강훈 한국컴팩컴퓨터사장 =컴퓨터분야에서 세계시장의 가격
경쟁력은 가치중심에서 원가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많이 생산하는 자가 가격경쟁도 갖는 추세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지난해 생산된 PC는 6천만대로 추산되고 대형업체들은
연간 1백만대이상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기업은 최대 PC메이커인 삼성전자가 연간 30~40만대
수준으로 세계대기업들과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든 형편입니다.

컴퓨터 품질은 소비자 입장에서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까지
평가되고 있습니다.

즉 그 문화에 적합하게 디자인됐는가가 경쟁력의 요인입니다.

국산제품은 하드웨어 위주로 디자인되고 있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의 서비스체계도 아직은 열악한 실정입니다.

홍보 및 유통망확대 등이 갖춰져야 세계시장에서 PC가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최준근 한국휴렛팩커드(HP)사장 =HP는 기술 품질 납기 등을 엄격
하게 평가해 세계 각국의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이나 완제품을 구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제품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품질에서 뒤지고 대만 등 동남아
경쟁국에 비해서는 가격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협력업체들의 의사소통능력 부족도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 3백~4백만달러 정도의 사출장치를 HP에 잘 공급해 최우수공급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던 국내 한 중소기업이 차세대 제품개발에서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구매선이 싱가폴로 옮겨진 안타까운 사례가
있기도 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의 바이어를 협력자가 아니라 경쟁자라는 인식을
갖는 협상자세도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 박장관 =정보통신기기산업의 경쟁력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 이재길 통상산업부심의관 =정보통신기기의 무역동향은 지난해
67억달러수출에 52억달러수입으로 15억달러정도의 흑자를 시현했으나
올해 7월말현재 39억달러 수출에 36억달러 수입으로 흑자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우리는 정보통신기기는 기술과 품질면에서 선진국의 80~85%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가격면에서 동남아산에 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전주식 서울대교수 =PC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1백으로 볼때 우리는 20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기술개발수준이 낮은 것는 국내 기업이 80년초에 이분야에
뛰어들어 늦게 시작한데다 국내 정보기기산업의 지속적 이윤감소도
한몫을 했습니다.

또 중소기업의 핵심인력확보의 어려움과 정부의 공업기반기술개발
자금 등에 의한 개발기술의 상용화가 10%에 불과하는 것 등이 지적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기기분야에서 "메이드인
코리아"를 내세울 수 있는 전략제품 및 부품의 개발과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원방법은 가령 전략상품을 개발한 업체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가진 "포상제도"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력특례제도를 확대해야 하고
선전국처럼 벤처기업을 육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현재 국산PC는 외산에 밀려 이윤을 전혀 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핵심부품에 대해 일본처럼 무관세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 김한식 전자부품연구소박사 =한국의 통신기기산업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5~7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정량적으로 선진국의 25%에 머물러
있습니다.

무엇보다 핵심기술의 대외의존도가 심각하고 시스템 및 단말기의
설계기술은 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의 디지털단말기의 경우 국산화율은
25%에 머룰고 칩 등 핵심부품은 1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신기기의 기술수준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기지국
단말기 등의 핵심부품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합니다.

전자부품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GSM단말기에는 5백여개의 부품이
들어가 있는데 이중 10여개의 핵심부품이 단말기의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좌우합니다.

장기적으로 통신기기산업의 자생력을 길러나가는 것입니다.

이를위해 통신기술의 요체이자 무역장벽을 극복하는 수단인 국제표준을
장악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 최명식 경희대교수 =전세계의 유명기업들은 기술개발과 함께
디자인을 경쟁력의 새 요인으로 인식하고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신기술개발부터 디자이너들도 참여해야 합니다.

인체공학적이고 환경관련 제품개발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기기는 특히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기술이 경쟁력의 요체가
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 박장관 =좋은 지적입니다.

소비자의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디자이너가 기술개발자에게 요구하면
발전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여러지적에 대해 정부의 기술개발 촉진방안은 무엇입니까.

<> 박영기 통상산업부기술품질국장 =한국의 기술개발동향은 80년대
중반까지는 기술도입과 이의 소화기라고 할 수 있고 80년대 중반이후
비로소 자체기술개발능력을 증대시켰습니다.

PC 모니터 등 단품위주의 정보통신기기는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나 교환기 등 시스템분야에서는 기술격차가 아직도 큽니다.

고도정보처리기술부문과 원천기술부문에서는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술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무선통신 부문이나
지능형 영상전송시스템 등 성장잠재력이 큰 전략분야의 선택을 통한
집중적인 개발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중간진입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박장관 =정보통신분야의 발전비전에 대해 생산업체들의 의견을
들려 주시지요.

<> 박성규 대우통신회장 =정보통신산업계가 안고있는 문제점은 3가지
정도 지적될 수 있습니다.

기술수준취약 핵심부품국산화미비 글로벌 마케팅부족 등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제품의 개발을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고집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기업은 이제 경쟁우위분야를 고려한 기술과 제품 시장의 전문화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를위해 전략제휴와 국내 및 해외기업들과의 공동연구 등을 모색해야
합니다.

핵심부품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10~20가지 전략개발부품을
결정해야 합니다.

산업구조의 재분류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ASIC(주문형반도체)디자인 소프트웨어 등을 제조업으로 분류해 세제
등의 혜택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특정부품에 대해 시스템업체와 부품메이커가 개발초기부터 "짝짓기"를
유도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책도 강구해야 될 것입니다.

현재 주로 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간에 결합이 성행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 대기업연구소와 중소기업이 짝짓기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글로벌마케팅을 위해서는 국내 개발제품의 시장확대입니다.

가령 기술개발의 성공작으로 꼽고 있는 전전자교환기는 국내에서
사용된 이후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 이원태 LG정보통신전무 =우리는 첨단기술력을 바탕으로한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위해 세계 각지의 연구소확충을 통한 24시간 연구개발체제를
갖추고 마케팅 능력배양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기업은 어려울수록 연구개발투자를 지속하고 정부는 독자기술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을 적극 마련해야 합니다.

고부가가치기술을 개발토록 사업영역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기술은 다른 국가에 비해
기술적으로 앞서 있고 기업들도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통신시장개방입니다.

이제는 외국의 업체와 국내시장에서 경쟁을 해야합니다.

이를 이기는 방법은 해외시장개척뿐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제한된 투자력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기 위해 EDCF(경제개발협력기금)규모를 확대하고
상환조건도 경쟁국수준으로 낮춰야 할 것입니다.

무선통신분야의 각종 제한을 대폭적으로 풀고 전문인력부족 해소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대기업이 시스템메이커가 되기 위해선 중소전문업체와 부품산업분야에서
결합이 이뤄지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 이상영 세진전자사장 =정보통신기기산업은 마이크로미디어 복합화
디지털화가 강력 추진되면서 PCTV, 인터넷TV 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새로운 장치에 대한 국제표준을 만들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그 컨소시엄에 참여를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이 낮아진 원인은 총괄적으로 "인적 경쟁력"이
떨어진데서 비롯됩니다.

이를위해 노사 노동관계의 제법규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중소기업들이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전문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나 엔지니어링 관련 전문 연구소인력을 중소기업에
장기 파견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니다.

노동시장개방을 좀더 확대하는 것도 고려돼야 할 요인입니다.

<> 장경철 과기처연구기획조정관 =정부의 기술개발정책은 5년이상
내다보다 미래기술의 개발에 주력해야 합니다.

선진국으로 부터 시장을 보호하는데는 부품기술개발 등의 분야에서
표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지요.

이를위해 전략적으로 국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 등 첨단 연구소에서 무슨 기술을 개발중인가 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국제적인 세미나를 국내에서 개최하거나 세미나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 박장관 =이번 토론에서 정보통신기기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산업계는 21세기 초일류 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늘 토론에서 지적된 전문기술인력양성 등 기술하부구조를
보다 더 확충하고 첨단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또 핵심부품개발을 중점으로 추진하며 내수기반 확충을 통해 정보통신
기기가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앞장서야 하며 경영자와 근로자가 모두 참여하는
토대가 한시바삐 정착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정리 = 윤진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