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 산업연구원 전자실장 >

정보통신기기산업은 컴퓨터와 통신기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근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정보화사회에서 그 수요가 가장 빨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첨단 기반형 산업이다.

95년 현재 동 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3천7백28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81년 이후 연평균 8.4%의 빠른 성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정보통신기기산업에서 미국은 80년대까지 세계 수요의 55%이상을
공급해 왔다.

90년대 들어 컴퓨터부문의 오픈 시스템화와 함께 한국 대만 일본
등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세계 수요의
35%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보와 기업의 집중적 노력으로 80년대 후반 TDX-10교환기
TICOM 등 기술집약적 기기의 개발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기초기술이 부족하고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커 주요 생산 수출품은 컴퓨터 모니터 무선전화기
등 가전의 성격이 강한 일부 단말기에 치중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공급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이기는
하나 95년 현재 2.6%에 머물러 있다.

또한 전체 제조업 중 정보통신기기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미국이 10%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2.7%로 한국 정보통신기기산업의
생산기반이 취약함을 알 수 있다.

경쟁력 측면에서 미국은 기술개발력, 마케팅 능력, 제품 구성 등에서
세계 제1위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 모든 부문에서
극히 취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경쟁력 수준을 100으로 할때 한국의 수준은 4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강한 미국 정보통신기기산업 경쟁력의 원천은 기초 기반기술
신제품개발 능력, 시장기반에서의 강점에서 찾을 수 있다.

IBM 인텔 루센트(전 AT&T) 모토로라 등 거대기업들이 지속적 연구
개발을 바탕으로 광대역 ATM교환기 컴퓨터 핵심부품과 함께 멀티미디어
관련 제품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내 무한한 시장과 WTO협상 및 쌍무협상을 통하여 범
세계적인 시장기반도 확고해져 가고 있다.

우수한 기술개발력은 높은 연구개발투자와 풍부한 연구개발 인력에서
나온다.

정보통신기기산업의 매출액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미국이 12.8%
인데 반해 한국은 3.4%에 불과하고 전체 종업원중 기술개발 인력의
비중도 미국이 20.1%인데 반해 한국은 3.3%에 불과하다.

산업기반에서도 한국의 취약성이 드러난다.

미국에서는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부품개발이 이뤄지고 더 나아가
신제품 개발이 이뤄지는 유기적 산업기반이 구축되어 있다.

특히 통신산업의 경우 통신서비스 부문의 요구를 국내 기기산업이
쉽게 충족시키면서 신제품 개발을 추진해 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기반기술과 부품산업이 취약한 상태에서 표준화된
제품의 조립에 치중하는 취약한 산업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산업조직 측면에서도 정보기기의 경우 미국이 전문업체 중심의
수평구조로 옮아간 반면 한국에서는 수직통합형태의 대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신제품 개발시 신속성 유연성이 부족하고 통신기기의 경우
미국이 세계시장을 바탕으로 한 거대 통신기기업체가 주도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내수기반 대기업과 경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성장기반이 취약하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최근 미국은 NTT비전을 제시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였으며 관련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통신
산업의 규제완화 속도가 느리고 정보화사회 수요에 대응한 기술개발이
부진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