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이날 비자금공판에서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최원석 동아그룹회장
장진호 진로그룹회장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 등에 대해 집행유예없이
징역형이 내려지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

이들은 특히 집행유예를 받은 그룹과 받지 않은 그룹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법원 판결의 "형평성"을 조심스레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대우 동아 진로 한보등 "총수 실형 쇼크"에 휘말린 대기업그룹들은 이날밤
긴급 사장단회의등을 소집해 항소여부와 비상경영체제 돌입등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그러나 그룹회장의 실형선고로 회장 본인은 물론 그룹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향후 충격완화 대책 수립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
이다.

전경련도 공식 발표한 논평에서 "이번 기업인에 대한 판결은 충격적이며
이로 인해 기업의욕에 심대한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대외
활동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

전경련은 이어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 기업인들은 기업경영에 전념, 국가
경제발전에 헌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우 동아 진로 한보 등은 "재판부가 경영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항소심때까지 법정구속을 않고 출입국에도 전혀 구애받지 않토록 했지만
이번 판결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상황이 이번 판결로 곤두박질 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삼성그룹등도 "기업인들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만간 정부가 사면복권조치를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우그룹 회장실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집행유예 정도로
기대했다가 선고내용이 전해지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귀를 의심하는
반응들.

선고내용이 공개된 직후 그룹회장실의 김윤식전무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사후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각 계열사 회장단들에게 선고내용을 보고하는
등 분주한 모습.

대우는 특히 이날 오전부터 해외주재원들로부터 공판에 대한 문의전화가
빗발쳤었는데 선고가 나온 후부터는 문의전화가 뚝 끊겨 무거운 분위기를
반영.

한편 김우중회장은 28일 연변대우호텔 오프닝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그룹관계자는 김회장의 출국이 재판부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관련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

< 임혁 기자 >

<>.오는 31일 리비아 대수로공사 통수식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동아그룹은 최원석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가 발표되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최회장이 법정에서 망연자실해하는 표정이 화면에 비치자 서소문 그룹
본사 임직원들은 일제히 일손을 놓고 긴 한숨을 내쉬기도.

동아 관계자는 "집행유예 정도로만 예상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면서 "당장 리비아 현지 대수로 통수식을 어떻게 치러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 심상민기자 >

<>.진로그룹 관계자는 "언론의 예고보도대로 그룹에서도 당연히 집행유예를
예상했었다"며 항소심에서는 "상식적인" 선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1심판결에 불복할 것임을 시사.

이날 서초동 진로그룹 사옥에서 점심식사 후 TV방송을 지켜보던 한 부장은
"오늘 선고를 끝으로 지난 9개월여간 끌어온 비자금 정국이 매듭될 것으로
예상해 대대적인 기업이미지 홍보를 계획했었다"며 소비재 생산업체로서
기업이미지가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걱정하는 눈치.

< 권영설기자 >

<>.정태수총회장이 74세의 고령임에도 2년 징역의 실형을 선고 받은
한보그룹은 예상밖의 중형선고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

한보는 당초 정총회장이 고령인데다 올초 구속됐다가 고혈압과 당뇨병이
도져 병보석으로 석방됐기 때문에 잘하면 선고유예, 최악의 경우라도 집행
유예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집행유예없이 실형이 선고됐다는 TV보도가 나가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항소 여부등 사태수습에 몰두하는 표정.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