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 차장제 부활 그리고 임원인사 시기조정 등 삼성그룹이 최근
발표한 인사정책을 놓고 그룹내 사장단과 임원은 물론 고참부장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학수 실차장의 복귀에 대해 그룹 내부직원들은 대체로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사람이 실로 복귀했으니 어떤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만은 틀림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

비서실 관계자는 "실차장이 예전의 부사장급에서 사장급으로 격상된
만큼 실차장의 움직임에 무게가 실릴 것만은 분명하나 비서실이 80년대식
관리 마인드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

그러나 비서실 출신 그룹 관계사 K전무는 "그룹 각 계열사 사정을
이실차장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내부살림을 좀더 추스리기
위한 불황타개책 인사"라고 평가.

이 관계자는 또 "그룹이 사업구조조정이나 철수사업 선정 등의 현안을
놓고 상당히 고심하는 게 사실"이라며 "이부문에서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마디.

<>.한편 이사장의 복귀와 관련 그룹 일각에선 신경영때 CEO교육 대상자를
뽑을 때처럼 세대교체 인사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실차장의 나이나 스타일로 봐서 그룹 원로들에 대한 세대교체를 겨냥한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같은 분석은 조직을 개혁코자 할때 항상 새사람을 썼던게 이건희
그룹회장의 인사 스타일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경영진을 통해 그룹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쇄신해야겠다는
게 이회장의 판단이며 그 결과물이 이실차장의 발탁이 아니겠느냐"는 게
일부 관계사 임원의 분석.

이같은 전망은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7인운영위원회에 속해 있는
특정학교 출신 2-3명이 최근의 그룹 경영과 관련 최근 이회장에 불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풍문과 궤를 같이하면서 증폭되고 있는 실정.

이에대해 그룹비서실은 "젊은 경영인과 원로 경영인이 조화롭게 기능을
해야 조직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이회장의 지론"이라며 "원로들이
조기에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

<>.사장단과 임원인사시기를 매년 연초로 조정한 것을 두고 그룹 임원들은
"능력주의 인사와 책임경영풍토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보통
10월초부터 연말까지 2-3개월간은 인사로 뒤숭숭해 일손이 잡히지 않았는데
이런 일은 없어지게 됐다"는 반응.

그러나 올해 인사 대상이 되는 임원들과 고참부장들은 "당장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을 게 뻔한데 큰일"이라며 "최근 2-3년간 계속됐던 대규모
발탁인사는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고 풀죽은 모습.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