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의 이름을 도용하지 마세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키스트엔지니어링(KIST-ENGINEERING)이란 이
름의 폐수처리장치생산업체와 벌인 법정싸움에서 이 회사가 "키스트" 또는
"KIST"란 표장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이는 민간업체가 회사명이나 제품명에 정부출연연의 이름을 도용해 씀으로
써 공신력을 얻으려 시도하는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
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0부는 지난달 5일 과기연에 의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제소돼 1심에서 패소했던 키스트엔지니어링의 항소를 이유없다고 기
각했다.

재판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영문명칭 머리글자를 딴 "KIST" 또는 그
음독인 "키스트"란 약칭으로 더 잘알려져 있다"며 이 회사가 광고선전과 견
적서양식등에 회사명칭을 "주식회사 키스트엔지니어링","KIST ENGINEERING
CO.,LTD"로 표시하고 문자로는 "KIST"만을 기재한 표장을 사용한 것은 과기
연이 기술지원등 어떤 형태로든 이 회사의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혼동을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또 이 회사가 과기연의 약칭과 유사한 명칭을 계속사용해 영업활동을 하
는 경우 과기연이 그동안 쌓아왔던 창조적,선진적 응용기술의 공급에 대한
일반의 기대 내지 신뢰등 사업상의 명성과 신용이 훼손될 우려가 인정된다
며 항소기각 사유를 밝혔다.

키스트엔지니어링은 이에따라 생산제품의 용기및 포장지에 "KIST" 또는
"키스트"표장을 사용할수 없게 됐으며 회사명칭 역시 바꿔야하는 처지에 놓
이게 됐다.

과기연은 유사명칭 사용기업이 속출할 경우 자칫 과기연의 이미지가 실추
될수 있다는 판단아래 94년 소를 제기,지난해 12월 1심 승소판결을 받았었
다.

과기연측은 "정보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별다른 생각없이 KIST와 동일상
호를 쓰는 경우가 발견된다"며 "이로인한 과기연의 이미지실추 우려를 예
방하기 위해 적극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