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승용차가 아닌 덮개가 없는 지프를 타고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마음껏 달리는 기분을 느껴보세요"

지프가 좋아 모인 사람들 "4 x 4코리언즈클럽".

4륜구동차(4WD)중에서도 지붕이 없는 4인승 지프 애호가들의 모임이다.

회장은 이순을 바라보는 김안남씨(57).

서울 서대문로터리에서 "서대문지프"라는 간판을 달고 40여년째
지프개조작업만 전문적으로 해온 그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1세대
기능인이기도 하다.

김씨가 지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2세때.

집근처에주차해 있던 미군 군용지프를 호기심에서 몰고가다 미아리 개천에
뒹구는 사고를 낸 것.

그러나 어디하나 다친 곳이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지프의 튼튼함에 순간적으로 반해 버렸다.

지프에 대한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돼 지난 89년 드디어 주위에 지프를
가진 7명과 함께 "4 x 4코리언즈클럽"을 결성했다.

당시만해도 회원간의 경조사를 챙기는게 주 활동.

그러다가 92년 용인에서 국내 최초의 지프장애물경기대회를 열면서
주위의 시선을 모으게 됐다.

지금은 회원도 200여명으로 늘었고 중소업체 사장부터 변호사 의사
탤런트 가수 개그맨 화가등 다양하다.

이름만 대면 금방 알수 있는 유명인사들도 여럿 있다.

"사치와 낭비가 아니냐는 주위 시선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임의 목표는 사회봉사입니다.

소외된 곳에서 일반인들의 손길로부터 외면당한 채 살아가는 이웃을
돕는 것이죠"(김안남씨)

"4 x 4코리언즈클럽"은 두달에 한번정도 봉사여행을 떠난다.

주로 승용차로는 들어갈 수 없는 오지가 주대상이다.

강원도 풍월리, 소쩍새 마을 등이 이들이 다녀온 곳이다.

한번 떠날때는 보통 가족 단위로 30여대의 차량이 움직인다.

사전답사는 필수.

현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미리 조사하기 위해서다.

의료혜택을 못받는 점을 감안, 회원인 의사 간호사들도 함께 떠난다.

4WD는 주로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타는 차로 알려져 있다.

"4 x 4코리언즈클럽" 회원들도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히 각자의 개성을 즐기는 차원이 아닌 "차를 통한
봉사"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