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자신의 노래방에 놀러온 친구 을을 승용차에 태우고 집까지 바래다
주기위해 가다가 마침 귀가하던 을의 남편 병을 만나게 되었는데 술에 취한
것같은 병은 을을 차에서 내리게 하더니 욕설을 하며 서로 다투는 것이었다.

갑이 차를 멈춰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병이 화가 났는지 길옆 공사장에서
벽돌을 집어 가고고 을이 재빨리 차에 올라 문을 잠그며 빨리 출발하자고
재촉했으나 병이 다시 차를 가로막아 출발하지도 못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후 다시 병이 조수석쪽으로 걸어오며 벽돌로 때리려고 하자 을은
울면서 도망가자고 애원했다.

갑이 차를 출발시키려고 하자 병이 조수석 옆 백미러를 잡고 버티다가
결국 차가 출발하면서 차의 뒷바퀴에 병이 다치고 말았다.

갑은 을과 함께 쓰러진 병을 병원으로 옮겨 입원시킨뒤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병의 치료비등을 지급해 줄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보험회사에서는 사고가 병이 백미러를 잡고있는 상태에서 갑이
차를 출발하여 발생한 갑의 고의에 의한 사고임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였고, 갑은 차를 출발하지 않으면 더 큰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차를 출발시켰지 병을 해칠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다투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갑과 병사이에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고 그 당시 서로 다툰 사실도 없으므로 병이 부상해도
어쩔수 없다는 생각에서 갑이 차를 출발시켰다기 보다는 오히려 차가
출발하면 병이 피하여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차를
출발시켰다고 보아 이건 사고에 대한 갑의 과실은 있을지언정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험회사에서 병의 부상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하였다.

이와같이 자동차사고가 발생했을때 운전자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사고인지가 가끔 문제가 되나 중과실에 의한 사고까지도 보상하고
있는 보험약관의 취지에 비추어 고의사고임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가령 지방 출장중에 업무를 마치고 구멍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다 옆자리의 모르는 사람들과 사소한 시비끝에 상황이 불리해지자
모두 때려 죽인다며 주차해둔 화물차의 시동을 걸고 전후진을 하다가
같이 간 동료를 부상케한 경우는 비록 동료를 해칠 생각은 없었다
하더라도 싸움의 당사자인 상대방을 해칠 생각에서 차의 시동을 걸었다고
볼수 있으므로 고의사고에 해당된다고 볼수 있다.

정준택 <보험감독원 책임조정역>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