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 이근영사장(58)은 남들보다 훨씬 일찍 컴퓨터에 눈을
뜬 경영인이다.

국세청에 근무하던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를 다뤘으니 그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도 20여년이 된 셈이다.

"지난74년 충남 예산세무서장을 할때였죠.

지금은 골동품수준인 구형IBM컴퓨터를 사들여 세무서에 설치해놓고
전직원들을 모아 1주일간 교육을 시켰습니다"

젊었을 때였기에 컴퓨터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일어났고 컴퓨터가
우리생활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것을 예감했었다는게 이사장의 설명이다.

"컴퓨터의 발달과정을 보면 펜티엄급이 보급되고 있는 지금도 과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성인식시스템등이 보급돼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수 있는 때가 올겁니다"

그는 국세심판소장과 재무부세제실장으로 재직하던 때에도 업무전산화를
거의 완성시켰다.

지난94년3월 한국투신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도 석류사무자동시스템을
개발하는등 컴퓨터를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성격상 필요한 전산시스템개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다만 폰뱅킹 송금등 고객서비스와 관련된 시스템은 한발 앞서있는
은행의 것을 빌려쓰는 것이 비용면에서 훨씬 효율적이죠"

투자신탁은 투자전문기관으로 발전돼야하지만 저축기관의 성격도 띠고
있어 고객관련 전산시스템은 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하는게 낫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서울은행등과 업무제휴로 현금인출서비스를 하는등 고객관련전산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이사장의 아이디어였다.

특히 수익증권의 기준가를 매일매일 계산해내는 신탁계리시스템의
다운사이징 작업에 성공해 증권사들이 자회사로 만든 투자신탁운용회사들에
이 시스템을 팔기도 했다.

최근 그의 방에는 화상회의시스템이 설치됐다.

한국통신이 여의도지역에 5대의 화상회의시스템을 설치, 시험가동을
하는데 이사장이 이를 직접 신청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집무실에는 모니터위에 카메라가 설치된 화상회의시스템용
펜티엄컴퓨터가 한대 더 있다.

"조만간 화상회의시스템이 시험가동될 겁니다.

이 시스템이 보급되면 본격적인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됩니다"

매일아침 사내 OA시스템인 석류사무자동시스템(POAS)을 통해 서류결재를
하는 이사장은 옆에있는 화상회의시스템이 빨리 가동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테크놀로지를 남들보다 먼저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 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