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긴급히 내놓은 경상수지 적자개선대책은 최근 경제흐름에
대한 정부의 "위기의식"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세액공제상품인 근로자주식저축과 비과세 가계장기저축등 지난 92년
금융실명제실시이후 폐지시켰던 "골동품"까지 동원한 점에서 잘 나타난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만큼 저축을 늘려 소비를 절제시키면서 수입이
줄어들도록 하는 한편으로 국내자금공급이 원활해지도록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해주자는 구상이다.

최근까지 "위기는 아니다"고 강변하던 정부가 이처럼 정상적인 경제상황
에선 취하지 않을 조치들을 내놓은 것은 경상수지적자가 예상보다 너무 크게
확대되는데 있다.

지난 6월까지의 적자폭이 93억달러로 이미 한차례 수정했던 목표치(1백10억
~1백20억달러)에도 근접한데다 7월중 무역수지적자도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이환균재경원차관은 이번조치를 발표하면서 "성장과 물가는 그런대로
정부의 그림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비해 경상수지가 예측을 빗나가고 있다"며
"경상적자가 너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이번에 새로 대책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상수지적자에 떠밀려 거의 마지막 카드까지 내놓은 셈이다.

정부의 마지막 카드는 한마디로 "저축과 소비절약" 유도정책.

일부 학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긴축정책을 쓸 경우 가뜩이나 내려가고
있는 경기가 더욱 급랭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통화공급확대 환율절하유도등
직접적인 수출부양책을 실시하면 가뜩이나 연간 억제목표치에 근접해 있는
물가를 잡을 자신이 없는 탓이다.

정부는 최근 경상수지악화요인을 크게 두가지로 해석한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등 "주력산업의 수출부진"과 해외여행이나 사치성
소비재수입급증으로 나타나는 "과소비" 풍조다.

따라서 이중 정책으로 다소나마 해결할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과소비를
억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과소비억제의 방법론은 이번 대책의 골간을 이루는 세액공제와 비과세
저축상품의 신설이다.

저축에 대한 유인책을 높여 국민들이 소비 대신 금융기관을 찾도록 하고
이자금이 기업으로 들어가도록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물론 최근들어 침체일변도인 증시부양을 겨냥한 성격도 곁들여져 있다.

하지만 저축으로 국제수지적자를 해소하는 "먼길을 돌아가는" 시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두고볼일이다.

경상적자의 기본 요인인 수출애로 타개를 위한 대책이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자"폭을 줄이는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게
중론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