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기업들의 돈을 걷는데 앞뒤안가리고 나서는 정부의 "행정편의주의"
가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일반회계 증가율을 높이기 어려우니까 "기금" "부담금" "분담금" "출연금"
등 각종 명목의 준조세를 만들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준조세는 수혜자나 원인제공자에게 물려야 하나 원칙도
없이 엉뚱한 곳에 물리는 수도 있다.

돈을 내는 입장에서보면 이름이 무엇이든 세금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정부가
안팎으로 세금을 걷는다는 비난이 높다.

바로 이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올들어 각 부처에서 추진했거나 현재 추진중
인 각종 부담금확충방안이 완전히 무산되거나 진통을 겪고 있다.

올들어 검토됐거나 추진중인 부담금은 다음과 같다.

<> 환경개선부담금 =환경부는 지난 3월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경유와 휘발유에 대해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경유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면서도 현재 휘발유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경유
소비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내년부터 환경개선부담을 부과하고
단계적으로 휘발유에도 부담금을 물리겠다는 취지에서 였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재정경제원과의 협의과정에서 서민생활에 대한
파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재고를 요청, 환경부가 다른 방안을
검토중이다.

<> 과학기술진흥 부담금 =과학기술처가 지난 6월 14일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과학기술개발결과의 수혜자에 대해
일정비율의 부담을 지우고 정부투자기관 마사회및 경륜사업자들에 대해
기금을 출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기업들이 법률의 모호성을 들어 전면 반대했고 결국 이 법안은
부담금조항이 없어진채 "마사회 경륜사업자 전자오락장등의 출연을 권고할수
있다"는 출연금조항으로 바뀌었다.

<> 폐합성수지 부담금 =환경부는 지난 5월 내년부터 폐합성수지 부담금을
판매가의 3.0%로 인상한는 내용의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부담금은 0.7%로 내년부터 갑자기 4배가량 인상되는 셈이다.

이에따라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PVC등 합성수지 가공제의 원료
를 생산하는 유화업체들은 환경부와 통상산업부에 항의방문을 하는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유화업의 경기가 크게 나빠지고 있어 반발의 정도가 점점
커지는 상태다.

<> 산업재해유발부담금 =노동부는 지난 5월 오는 99년부터 위험한 기계나
기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에 대해 산업재해유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스 크레인등 15종의 위험기계 기구를 생산하는 업체들에 소정의 재해
유발금을 거둬 생산기계의 안전에 관한 연구 및 시설개선자금으로 위험기계
기구제조업체에 다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 해외여행자에대한 관광진흥기금 =부과대상이 불분명한데다 명분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체관광객에 부과할 경우 개인관광이 어려운 서민층만이 부과대상이 돼
소득역진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