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광진흥 기본대책을 내놓은 것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여행수지
적자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이번 대책에는 그동안 문화체육부가 꾸준히 요청했으나 다른
부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했던 정책들이 대부분 망라되어 있다.

특히 재경원에서 그동안 틀어쥐고 있던 돈줄을 이례적으로 터줬다는 점에서
실효성있는 대책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10대그룹이 참여하지 않고는 관광산업을 육성하는게 어렵다는 "현실론"을
인정해 10대그룹에 관광시설용 부동산 취득을 허용한 것도 일단 실효성을
우선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들은 너무 여행수지적자축소에만 매달린 나머지 사회전체
의 분위기나 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정책들과 모순되거나 형평에 어긋난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출국세 신설.단체여행객등 관광목적의 해외여행자들에게 1인당
2-3만원을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부과, 이 돈으로 관광시설 건설이나
개보수에 쓰겠다는 취지다.

해외여행을 억제하면서 국내 관광산업을 육성한다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다.

그러나 출국세는 각종 세금이나 기금을 거두는 제1원칙인 수혜자나 원인
제공자 부담원칙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한편으로 국제화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아직 해외여행을
범죄시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여행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 해외여행을 물리적으로 규제하지 않겠다"
(나웅배부총리)는 경제팀의 평소 정책방향과도 정면 배치된다.

숙박.식당업에 대해 시설자금은 물론 운영자금까지 대출을 전면 자유화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그동안 중소제조업등 생산적인 부분으로 자금을 유도하기 위해
숙박.식당업등을 사치.소비성산업으로 분류, 여신을 규제해 왔었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경영이 어려운 중소 제조업쪽으로의 자금공급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은 또 10대그룹에 대한 부동산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이에대한
보완대책이 함께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너무 성급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10대그룹의 참여필요성을 인정했다면 그동안 이들의 진출을 막아
왔던 이유들인 경제력집중 부동산투기 환경오염등에 대한 보완책들을 사전에
마련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굴뚝없는 산업''이라고 불리는 관광산업은 굳이 여행수지적자개선 때문이
아니더라도 육성할 산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해외관광객들이 한국여행을 기피하는 이유가 시설부족보다는 높은
물가 심각한 교통난 언어소통부자유와 볼거리가 없다는데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규제완화''로 해결될지는 의문이 남는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