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신격호회장과 막내동생인 신준호부회장간의 땅 싸움이 법정으로
비화됐다.

신회장이 동생을 상대로 명의신탁해둔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터 3천
6백여평 등 토지 7건을 돌려달라는 소유권 이전 등재 청구소송을 1일
서울지방법원에 낸 것.

이들 땅은 모두 싯가 2백억여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문제가 된 부지는 신회장이 올 연초부터 신부회장에게
롯데제과의 공장부지로 매입한 땅이므로 실명제를 앞두고 제과의 명의로
전환하라고 요구해 왔던 것"이라며 그러나 "신부회장이 명의이전을 거부,
법정소송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신부회장은 이 부지를 "아버지(신진수씨)로부터 직접 물려 받았다"고 주장
하면서 형의 소송에 법적 대응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신회장형제의 법정 대결소식이 알려지자 이의 배경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신회장의 그룹 후계 구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신회장이 자신의 장녀와 장.차남 등 친자녀들을 후계자로 앉히기 위해
그룹 구도 재편을 추진했고 신부회장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여기엔 신부회장이 지난 2월까지 10여년간 회장으로 재직했던 롯데건설이
돌연 그룹 내부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쌓인 형제간의 감정 싸움도 작용했을
것으로 그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신회장이 후계 구도를 가시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 신회장의 지시로 세븐 일레븐 이사로 있던 신회장의 차남
동빈씨(42)가 그룹 기조실 부사장으로 옮겨오던 때부터다.

당시 재계는 설로만 나돌던 "장남 동주씨(43)가 일본 롯데를 맡고 차남이
한국 롯데를 맡는다"는 예측이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였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신부회장은 지난 2월의 정기 인사에서 10여년이상
재직했던 롯데건설에서 햄.우유부회장으로 "격하"돼 경영 핵심에서 멀어진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대두했었다.

이번 소송은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재계는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신부회장은 2일 아침 평창동 자택을 나와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에 들렀다가
곧바로 외출,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