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중 국내 철강업계는 쌓이는 재고로 "몸살"을 앓았다.

올들어 업체들의 신.증설 완료로 생산은 크게 늘어났지만 내수나 수출
신장세가 모두 둔화돼 결국 재고만 눈덩이 처럼 불어 나서다.

이런 상황은 하반기에도 호전될 기미가 없어 철강업계는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재고 문제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철근이나 형강등을 만드는
전기로 업계.

지난 5월말 현재 이들 업체에 쌓여있는 조강류 재고는 93만8천t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1백15%나 증가했다.

이는 전기로 업체들의 신증설로 생산량이 전년동기에 비해 17%정도
늘었는데 내수 증가율은 9%로 이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품목별로 보면 철근은 건설경기가 기대에 못미치면서 재고가 2백16%나
늘었다.

H빔등 형강류도 같은기간중 재고가 1백36% 증가했다.

판재류도 사정은 비슷했다.

핫코일은 지난5월말 재고가 39만t이었다.

지난해 같은때의 23만5천t보다 66%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엔 외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실제로 지난 1.4분기중 보통강 핫코일은 61만4천4백t이 수입돼 전년동기
보다 1백62% 증가했다.

철근 중간재로 쓰이는 빌레트도 이기간중 56만5천4백t이 들어와 1백17%가
늘었다.

H빔은 같은기간중 수입량이 14만6천2백t에서 17만6천5백t으로 불어났다.

"국산보다 10-20% 가까이 싸게 들어오는 수입품은 국내업체들에 가격인하
압박을 가해 이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철강협회 우현규조사팀장).

물론 품목에 따라선 괜찮았던 것도 있다.

냉연강판이나 아연도금강판등이 그렇다.

상반기중 이들 품목은 주요 수요산업인 자동차 가전등의 생산증가로
잘 팔려나갔다.

하지만 철강산업 전체로 따져 "공급과잉+내수부진=재고누증"이란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하반기 중에도 이같은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대기업들이 하반기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조정하고 있는 데다 건설경기도
호전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철강경기는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가능성이 적다"(동국제강
마종준영업이사)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하반기중 국내 조강소비 증가율이 2.1%로
상반기의 12.4%에서 크게 꺾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체들은 요즘 재고소진 묘책을 짜내느라 골치를 썩히고
있다.

"그동안 재고해소를 위해 가격을 내려보기도 하고 수출노력도 했지만
별무 소용이었다.

이젠 별 수 없다.

모르긴 해도 적지 않은 업체들이 하반기중 가동률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인천제철 관계자).

하반기에도 철강업계의 시름은 이래저래 가시지 않을 것 같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