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확정 발표한 "96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의 대전제는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전체적인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누적된 "고비용-저효율"구조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지금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내년이후가 문제"(최종찬 재경원경제정책국장)
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하반기 운용방향을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대증적인 대책보다는 "미래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고비용저효율구조라는
경제체질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속적 성장과 경상수지개선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하면서
수출산업의 저변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나웅배부총리가 내년 상반기이후에는 경기가 다시 확장추세로 돌아설
것이란 경기순환론을 들면서 "경기상승기에 잘 적응하려면 지금 이에 대비한
체질개선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다.

정부는 그래서 이번 운용방향에서 물가 임금 금리 물류비용 땅값등 5가지
고비용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경상비용지출동결등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선언도 했다.

우리경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업계의
고통을 정부가 함께 하겠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재계는 이런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현실성에 대해서는 몇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정부의 "상황인식"에 아직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하반기 전망을 수정하면서 경상수지적자를 당초 예상(50-60억달러)
보다 두배가량 많은 1백10억-1백20억달러선으로 잡았지만 성장(7-7.5%)과
물가(4.5%)는 당초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연구소들은 이를 "지나친 낙관"으로 평가한다.

성장이 6%대로 떨어지고 물가도 5%대는 쉽게 뛰어넘을 것으로 본다.

경상적자를 정부와 비슷하게 1백16억달러로 예측하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의 경우 성장은 6.8%, 물가는 5.1%로 전망할 정도다.

두번째는 정책타이밍의 문제다.

재계는 고비용저효율구조 개선책은 호황기에 불황기를 대비하는 정책
이어야지 불황의 타파책으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반도체 철강 자동차 유화등 주력
수출상품이 엔저로 인해 경쟁국인 일본에 밀리는데 있다"며 "첨단산업은
아직 경쟁력이 취약하고 중.저가상품등은 이미 후발개도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몇개 주력상품의 위축이 국가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중장기적 체질개선도 좋지만 지금은 이들 주력상품들이 경쟁력을 되찾을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라는 주장이다.

세번째, 구체적인 시책에서도 현실을 도외시한 대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고비용구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고임금을 지목하고 있다.

이를 타파하는 방법으로 근로자파견제 정리해고제등을 도입하지 않겠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노사관계틀의 재정립은 말이 쉽지 현실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자칫 잘못 접근했다가는 관계악화만 가져오기 십상이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재계가 우려하는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규제완화도 ''풀어 나가겠다''는 선언
으로 그쳤다.

경제계는 우선 정부의 상황인식 전환을 요구한다.

그렇게 느긋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하강국면에 비현실적인 개혁이 겹쳐 일그러진 경제의 모습이 ''신명나는
판''으로 바뀌도록 분위기를 살려 달라는 주문이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