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호 < 경북대 교수 >

[[[ 경쟁력 현황 / 강화 방안 ]]]

한국의 직물산업은 78년에 1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이룩한 이래 해마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95년에는 1백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직물은 섬유산업의 중간단계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다.

또 산지성이 강하고 수출지향적 산업이라는 특수성덕택에 경제발전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던 "효자"산업이다.

지난날 공업화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섬유산업에서 직물은 생산액의
21.6% 수출액의 50.9%등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직물 가운데서도 특히 폴리에스터 직물은 세계 1위의 생산시설과 수출량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홍콩 중국시장의 수출경기가 침체하고 과당경쟁으로 인해
수출단가가 하락한데다 신규 유망시장으로 부상했던 브라질이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95년8월 18% 현재 70%)함으로써 수출증가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직물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이와 관련된 실태만 파악하더라도 수출부진의 원인은 쉽게 판명될 수 있다.

먼저 수출제품은 가격면에서 원료나 사류에 비해 중저가 위주이며
설상가상으로 중저가품의 가격도 후발국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중저가품도 제품차별화 및 고급화가 미진해 일본 이탈리아제품에 뒤지고
있다.

한편 품질경쟁력은 일본보다 낙후돼 있으며 후발국과 큰 차이도 없다.

또한 업계의 마케팅능력 신뢰도 애프터서비스 등에서도 일본 대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다.

제직기술에 있어서 폴리에스터.면 혼방직물, 폴리에스터직물 등 범용품의
생산기술은 국제적 수준에 있으나 차별화제품 고밀도직물 고부가가치제품의
생산기술은 선진국의 약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요컨대 한국의 직물산업은 가격면의 비교우위가 사라진데다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능력이나 서비스측면 등 비용외적인 측면에서도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직물산업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수출산업으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가.

우선 직물업자들의 의식혁명과 개척자 정신이 요청된다.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자 하는 슘페터적 혁신에 대한 정열과 경쟁력
제고의 기초인 원가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 그리고 인력의 재활용과 공정
재배치로 효율성을 높이는 섬세한 경영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제품의 차별화 전략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국내업체들은 폴리에스터 직물에 있어 비교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물량 위주의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기존의 원사에다 새로운 기능성을
부여하는 차별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셋째 만성적인 공급과잉시스템을 해소해야 한다.

국내 직물산업은 물량의 자율조정기능을 해야 할 협회나 조합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과당경쟁을 유발해 스스로 불황을 초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생산업체 및 수출업체간의 발전적인 협조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넷째 생산면에서 글로벌 이원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즉 중저급품 대량생산시스템을 경쟁후진국으로 이전하고 국내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및 실수요 직결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해외이전 문제는 중소기업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원사생산업자와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해외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의 직물산업합리화시책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이제까지의 대량생산용 직기의 증설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상품개발 정보화 교육연구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지원이 강화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