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단체장 출범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정책마찰은 어느정도
예상된 것이긴 하나 정도를 뛰어넘어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국책사업이 지방정부의 "볼모"로 잡힘으로써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항이나 고속철도나 원자력발전소 건설 같은 대형국책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 못해 쓰레기소각장 하나를 만드는데도 엄청난 소란이 일고 있다.

원전건설을 허가했다가 취소한 것이 지자체가 국책사업에 제동을 건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수 있다.

올해초 전남 영광군은 한국전력에 영광원전 5.6호기 건설을 위한 건축허가
를 내줬다가 1주일만에 취소해 버렸다.

영광군은 지역주민및 반핵단체등의 지속적인 집단시위와 군민의 대표기관인
군의회까지 원전건설을 적극 반대하는등 군과 군민간의 대립으로 군정수행
기능이 마비됨에 따라 건축허가 취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대해 한국전력공사측은 법적.제도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주요한
국책사업 추진을 위한 건축허가를 민원등을 이유로 취소하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고 황당해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상산업부가 수도권 과밀억제지역등에서의 공장설립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공업배치및 공장설립법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자 대전
강원 충남.북등의 지자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 지자체들은 지난 90년 1월부터 시행되어온 공업배치법시행령의 골격을
하루아침에 뒤바꾸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수도권 경제력 집중과 과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물론 지역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
했다.

이들 지자체들이 반대입장을 밝히자 서울 인천 경기도등은 수도권지역
자치단체들은 공장거래가 활발해지고 무등록 공장의 양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것이라며 서둘러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대립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에서 지자체와 지자체간으로까지 얽히고 히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통산부는 관련기관의 의견을 수렴한후 강행처리한다는 입장이나 반대하는
지자체들이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앞서 건설교통부가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신공항건설촉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인천시에서 지역개발을
저해한다는 이유등으로 반대,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인천시는 개정안의 일부 조항이 지역발전에 저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말 환경부가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대청호수질
보전 특별대책 고시개정안"을 발표하자 대청호 주변 자치단체인 충북의
청원.보은.옥천군등에서 지역발전을 가로막는다며 정부에 맞섰다.

이들 지자체들은 지난 90년 특별대책지역으로 개발이 규제됨에 따라 지역
발전이 안되는등 일방적인 규제만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의 규제강화
추진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지난 71년부터 도입되어 시행되어온 그린벨트제도에 대해 대부분의 지자체
가 구역재조정및 획일적인 구역지정완화등을 요구하고 있어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강서구 의회는 "그린벨트제도 개선을 위한 전국사례발표회"를 개최해
문제점을 제기했고 경기도 시.군의회의장단에서는 국가사무인 개발제한구역
의 지정에 대한 관리업무에 지방비를 지출할수 없다고 결정해 버렸다.

이밖에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시흥 안산시및 화성군 지역의 해면을 매립해
조성된 시화공단의 관리권 문제를 놓고 통산산업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기도시흥시는 국가공단인 시화공단의 관리권한은 통산부장관인데도 불구,
국가공단의조성과 관리를 분리해 재정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관리비용을
부담시키려 한다며 헙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놓고 있다.

이러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마찰의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 단체장들이
중앙과의 관계에서 과거의 상명하복식 업무수행과 결별하려 하는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지자체 실시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과거와같은 간섭과 지도위주의 행정패러다임을 포기해야
사전에 불협화음을 조정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자체는 자신들의 독자적인 결정이 국가기본계획과 상치한다는 판단
이 내려질 경우 즉가 이를 철회하거나 수정하는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용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